마일리지·배 팔고…'코로나 시대' 현금 확보에 나선 美 기업들

입력 2020-06-22 09:37   수정 2020-09-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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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 조사 결과 S&P500 편입 기업들의 현금 보유 및 단기투자 규모는 지난 1분기 13.87%로 지난해 4분기(4.07%)보다 급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채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4분기 부채 증가율은 0.21%였으나 1분기엔 3.38%로 급증했다.

기업들의 이같은 현금 확보 움직임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맥도날드부터 인텔에 이르기까지 주요 글로벌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채권발행 등 다양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총동원해 현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맥도날드는 48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총 부채가 10% 늘었고 1분기 현금 보유액은 45억달러를 기록했다. 인텔 역시 104억달러 채권 발행을 통해 부채를 35% 끌어올리는 대신 현금 77억달러를 확보할 수 있었다. 펩시콜라는 76억달러를 차입해 현금 보유 규모를 2배 늘렸다.

힐튼호텔은 1분기에 호텔 마일리지포인트를 팔아 10억달러를 확보했다. 또 15억달러를 현금으로 차입해 현금 보유 규모가 연초보다 3배 늘었다. 지난 4월엔 마일리지를 추가 매각하고 채권을 발행해 20억달러를 더 확보했다.

자산을 매각하고 투자를 중단함으로써 현금 지출을 줄이는 기업들도 있다. 건설업체 레나는 토지 매입을 중단했다. 크루즈회사 카니발은 배 6척을 매물로 내놨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되면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현금 확보는 미래가 불확실한 경기침체기에 기업이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자금경색 상황에서 기업의 보호막 역할을 해 주며 만약 경기가 회복될 경우 바로 투입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또 미국 중앙은행(Fed)의 채권매입 등 유동성공급 대책으로 인해 채권 발행도 증가하고 있다.

회계·세금 자문회사인 콘레즈닉의 제러미 스완은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려 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동안 오늘의 안정성이 반드시 내일의 안정성은 아니라는 사실을 봐왔다”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얼마 전 영국은행(BOE)은 “2008년 금융위기에 접어들기 전 현금을 충분히 쌓아두었던 기업들은 위기를 잘 버텼고 이후 도래한 회복기엔 투자를 확대해 시장점유율과 이윤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당장 추가 현금 확보에 나서지 않은 기업들은 자사의 재정 능력이 탄탄하다는 점을 투자자에게 강조한다.

하지만 모두 기업이 현금 확보에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애플의 1분기 현금 비중은 130억달러로 전 분기에 비해 12% 줄었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애플은 재무구조와 현금 흐름이 탄탄해 유동성에 그다지 구애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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