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창업 전선에도 ‘여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섬세한 기술과 체험이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에 여성의 감성과 감각적인 측면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7.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정부의 예비창업 패키지 사업을 통해 업체당 최대 1억원의 지원을 받은 만 39세 이하 여성 청년 예비창업자 100명의 사업 아이템에도 이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우수 아이템으로는 ‘세계 최초 인공지능(AI) 브랜드네이밍 서비스’,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챗봇 서비스’, ‘인터랙티브(상호작용형) 투명 디스플레이 픽업박스’ 등이 꼽힌다. 대부분 소상공인의 창업을 돕는 사업이라는 게 특징이다. 창업하며 경험한 ‘불편함’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참신한 사업 아이디어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다.
조민정 상표앤더시티 대표는 12년차 변리사로 일하면서 창업자들이 새로운 사업을 할 때마다 브랜드 작명회사와 디자인회사, 특허사무소를 몇 번이나 왔다갔다하며 불편을 겪는 광경을 목격했다. 거금을 들여 기업명이나 상품명, 상표 디자인을 제안받았지만 기존 특허를 침해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해 시간과 비용이 허비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껴 창업에 도전했다.
조 대표는 브랜드 작명, 로고 디자인, 특허 판별, 마케팅 대행, 교육 등을 한번에 도와주는 ‘브랜드통합솔루션 서비스’를 사업 아이템으로 내걸었다. 핵심은 콘셉트 단어를 입력하면 AI가 이를 응용한 브랜드명 수십 개를 자동으로 제시해주는 ‘브랜다이저(BrandAIzer)’다.
조 대표는 “미국에 등록된 상표 약 10만 개를 포함해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13만148개의 파라미터(가중치)로 학습시킨 딥러닝(심화학습) 기반의 AI”라며 “AI로 브랜드명을 제시하는 고도화한 프로그램은 아마 세계 최초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영문 브랜드 네이밍만 가능하지만 앞으로 한글도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향후 연계 사업 유료화로 매출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방혜주 영감컴퍼니 대표는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창업을 결심한 사례다. 사양사업으로 접어든 사진관을 디지털 시대 젊은이들의 감성에 맞게 어떻게 살려야 할지 고심한 끝에 지능형 챗봇(채팅로봇)에서 해답을 얻었다. 챗봇 서비스를 통해 마케팅 방식을 개선해나가자 사진관에 젊은 층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다. 방 대표는 단순히 챗봇 설계와 개설, 관리 등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넘어 소상공인들의 고객 정보 관리와 리뷰 관리, ‘충성고객화’를 돕는 ‘채팅의 시대’라는 서비스를 개발해 오는 8월 말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소상공인의 상당수가 온라인 채널 관리에 서툴고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에 착안, 이를 도와주는 교육 플랫폼 ‘김사장 교육’도 고안해 7월 말 서비스에 나선다. 방 대표는 “소상공인들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액셀러레이터가 되는 것이 장기적인 비전”이라고 말했다.
최재윤 아웃오브비 대표는 작년 스타벅스에서 친구들끼리 대화하다가 본 ‘사이렌 오더(미리 음료를 주문해 매장에서 받아가는 서비스)’에서 영감을 얻어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사이렌오더를 보고 ‘이를 신석식품이나 도시락으로 확대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창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앱으로 도시락이나 샐러드 등을 미리 주문하면 매장에 설치된 투명 디스플레이의 ‘픽업박스’에서 수령해 갈 수 있는 서비스다. 아웃오브비는 앱과 픽업박스 사용료 수익을 점주로부터 얻게 된다.
최 대표는 “비대면 방식이라 코로나 사태에도 안전한 데다 주문 접수 및 서빙 인력이 필요 없어 요리사 한 명만으로도 창업이 가능한 시스템”이라며 “올해 말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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