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등·공정 허문 인천공항 정규직화에 분노하는 청년들

입력 2020-06-23 18:16   수정 2020-06-24 00:21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요원 1902명을 정규직으로 직고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2030세대의 허탈감과 분노가 치솟고 있다. ‘함께 잘살기’ 위한 정책이라지만 결과적으로 줄 잘 서고 떼 잘 쓴 이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꿰차는 ‘로또 취업’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밤잠을 줄여가며 노력한 청년에게는 가뜩이나 좁은 정규직 입사의 문이 거의 막히다시피 하고 말았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인천공항 비정규직은 총 2143명으로, 현재 전체 정규직(1400명)을 훨씬 웃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적지 않은 전환자가 계약직 기간제 성격의 근로자다. 그러다 보니 인천공항 기존 정규직 직원도 ‘과도한 무임승차’라며 극렬 반대해 ‘노노(勞勞) 갈등’이 만만찮다. 더구나 직고용되는 보안검색원 1902명은 자회사 소속 정규직화를 추진하다 막판에 청와대 개입으로 본사 정규직 전환이 확정됐다. 국내 다른 14개 공항이 특수경비원 신분으로 자회사에 고용한 것과 대비된다.

무리한 정규직 전환은 공동체가 유지해야 할 최소한의 원칙을 훼손하고 수많은 취업준비생의 ‘기회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말았다. 여러 취업사이트에서는 ‘공기관·지자체 계약직으로 들어가 존버타세요’ ‘열심히 공부한 사람은 뭐가 되느냐’는 격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토익 만점에 가까워야 겨우 서류가 통과되는 회사에 무시험 정규직을 대량으로 만드는 건 역차별”이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왔다.

취업선호도 최상위의 인천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 가장 먼저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화’ 정책을 선언한 곳이다. 그런 상징적인 사업장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대통령의 다짐은 빈말이 되고 말았다. 청년수당 몇 푼 쥐여주고 ‘빈 강의실 불끄기’ 같은 알바로 생색내더니 정작 중요한 일자리는 뺏고 만 결과다.

2030세대는 취업은 안 되고, 내 집 마련은 까마득하며, 각종 부담금만 많은 탓에 삶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N포 세대’로도 불린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좌절부터 안기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겠나. 대통령이 사과하고, 그간의 정규직 전환 과정도 종합적으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대선 공약인 데다 총선까지 이겼으니 ‘내 맘대로 밀어붙이련다’는 식의 저급한 정치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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