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받아들일 수 없는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오후 3시께 뉴욕 증시에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의 말이 전해지자 시장은 한 차례 출렁거렸습니다.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20일 연속으로 다시 하루 감염자가 3만명을 넘어섰습니다. 21일은 2만6000명대로 낮아졌지만 추세가 감소한 것은 아닙니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플로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유타, 조지아, 애리조나 등 미국의 절반에 가까운 23개주에서 감염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행인건 아직 사망률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이는 최근 신규 감염자의 나이가 평균 30대로 대폭 낮아졌다는 점, 그리고 그동안의 투자와 경험으로 병원의 준비가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점 등이 그 이유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일부 핫스폿(집중 발병지역)이 있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다룰 방법을 안다"면서 "2차 유행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월가에서도 아직은 2차 유행으로 인한 경제 중단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고 있습니다. 신용카드 사용액, 교통량 증가율 등을 따져보면 여전히 경제활동은 회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신규 감염자 증가세는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5~6월 대폭 반등했던 항공주, 유람선, 카지노 주식들이 최근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날도 아메리칸에어라인이 6.75% 급락한 것을 비롯해 윈리조트(-4.0%), MGM리조트(-2.42%), 카니발(-3.37%), 로열캐리비안크루즈(-6.17%) 등이 폭락세를 보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코로나의 영향이 살아나면서 항공주 등이 다시 하락하고 기술주가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술주들은 이날 또 다시 급등했습니다. WWDC(세계 개발자회의)를 온라인으로 개최한 애플은 특별한 발표가 없었지만 2.6% 올랐고, 마이크로소프트는 2.8% 상승했습니다.
덕분에 나스닥은 1.11% 상승 10,056.47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기술주가 독주하면서 이른바 FAANGM(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은 S&P 500 시가총액의 2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월가에서는 시장의 폭이 좁아지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이렇게 혼자 올라선 전반적인 시장 상승세가 이어질 수 없다는 겁니다.
코로나 확산 우려로 인한 또 다른 긍정적인 점이 있다면 미 연방정부의 부양책이 힘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이날 폭스뉴스는 1조달러대의 부양책이 다시 강하게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부양책에서 두 번째 부양책 수표 발급을 지지한다. 자세한 내용은 향후 몇 주내에 나올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올랐지만 코로나19의 부상으로 불안감은 큽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유동성 지원의 약발도 조금씩 덜 먹히는 듯합니다. 지난주 Fed의 자산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3월초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지요.
3대 투자은행(IB)들의 향후 장세에 대한 의견을 모아봤습니다. 대체적으로 조정을 예상하면서도 향후에는 상승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① 골드만삭스
코로나바이러스의 2차 유행 가능성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과 빨리 다가오고 있는 11월 대선은 향후 펀드들의 주식 익스포져 증가를 제한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2020년 남은 기간 S&P 500 지수가 2750~3200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 연말 S&P 500 목표 지수는 3000으로 유지한다.
② JP모간
6월 말까지 펀드들의 2분기 자산 리밸런싱 수요에 의해 주식에서 1700억달러 가량의 유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작은' 조정을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강한 상승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어떤 조정도 좋은 매수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③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
당분간 콘솔리데이션(통합)의 시기가 이어질 것이다. 그동안 시장은 3월 바닥 이후 Fed의 유동성 투입, 미 연방정부의 부양책 등으로 인해 경제 펀더멘털보다 더 빨리 회복됐다.
하지만 경제는 6월 들어 이제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그리고 완전히 회복되려면 세계 각국의 경제 회복이 함께 동시에 이뤄져야한다. 이런 펀더멘털과 주가의 콘솔리데이션은 통상 높은 변동성으로 나타나며 1개 분기, 약 2~3달간 유지된다. S&P 500 지수는 3100 언저리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
그 이후에 경제가 코로나19 이전의 상태로 정상화 가능성이 나타나면서 향후 몇 년간 상승장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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