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15년동안 인텔에서 공급받았던 PC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자체 생산한다고 밝혔다. 이미 자체 반도체칩을 쓰고 있는 아이폰, 아이패드 등 다른 정보기술(IT) 기기와 연계성을 높여 애플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졌다.
애플은 22일(현지 시간)부터 닷새일정으로 열린 2020년 연례 세계개발자 콘퍼런스(WWDC)에서 “올 연말부터 애플의 CPU가 탑재된 ‘맥’ 컴퓨터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1984년 첫 출시된 매킨토시에서 시작된 애플의 ‘맥’ 시리즈는 현재 노트북(맥북), 전문가용 PC(맥프로) 등으로 판매되고 있다. 애플이 설계한 반도체 칩을 대만의 TSMC 등 파운드리업체에서 위탁 생산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CPU 이름은 ‘애플 실리콘’으로 명명됐다.
애플 개발자 콘퍼런스(WWDC) 주요 발표 내용 분야 주요 내용 운영체제(OS)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 CPU PC·노트북의 인텔 CPU를 애플의 자체 CPU로 대체 디지털 자동차키 아이폰으로 자동차 문 열고 닫는 기능 도입 스마트홈 카메라, 열쇠 등 기기를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기능 도입 애플TV 플러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파운데이션’ TV 시리즈 제작
통상 소프트웨어가 주목받는 애플의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CPU와 같은 하드웨어가 부각된 이유는 CPU 설계 및 생산에 필요한 고도의 기술력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연산 장치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2010년부터 자체 조달했지만 PC와 노트북용 CPU는 인텔에서 공급받아왔다. 인텔은 현재 전 세계 CPU 시장의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애플은 반도체 기술력을 보강하기 위해 지난해 인텔의 모바일 반도체 사업부를 약 10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번 ‘애플 실리콘’ 프로젝트를 주도한 조니 스루지(Johny Srouji) 애플 수석부사장도 인텔 출신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한때 인텔 생태계의 일부였던 애플이 인텔과 대등한 반도체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반도체칩은 애플 하드웨어의 심장"이라며 “맥 컴퓨터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강조했다.
이런 전략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의 통합을 통해 혁신을 선도한다”는 애플의 오랜 경영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팀 쿡 CEO는 이런 기술력을 기반으로 애플TV 플러스(영상 콘텐츠), 애플아케이드(게임), 애플카드(신용카드) 등 등 서비스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애플이 이날 아이폰 등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를 통해 선보인 다양한 기능들이 이런 서비스 사업들과 깊숙히 연계됐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에 비해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는 지도, 번역, 음성 인공지능(AI) 서비스 등이 대폭 강화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강점을 갖고 있는 ‘스마트홈’ 분야에서도 스마트 열쇠 등 신규 서비스들을 선보였다.
실리콘밸리=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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