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에 취임한 박건우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58·사진)는 지난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노인의 사회적 접촉이 줄어드는 점이 걱정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한치매학회는 치매 연구를 위해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이 주로 참여하는 국내 최대 치매 관련 학술단체다.
박 이사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를 각각 전공한 치매 권위자로, 2022년 학회가 20주년을 맞을 때까지 학회를 이끄는 중책을 맡았다.
박 이사장은 이날 코로나19로 인한 치매 예방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치매 예방을 위해 평소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는 운동이다. 박 이사장은 “인간은 동물”이라며 “움직이지 않으면 뇌는 죽는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운동하기도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것은 핑계”라고 잘라 말했다. 박 이사장은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도 많고, 유튜브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실내 운동법을 얼마든지 배우고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이 강조하는 두 번째 치매 예방 원칙은 ‘뇌에 나쁜 일 하지 않기’다. 박 이사장은 “권투 등 뇌에 충격을 많이 주는 스포츠를 하는 사람의 치매 발병률이 유의미하게 높다”며 “뇌에 지나친 트라우마를 남기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원칙은 ‘뇌에 자극 주기’다. 박 이사장은 “머리를 지속적으로 써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며 “노래와 언어 공부도 좋은데,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삶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가치를 넓혀가는 사냥의 과정”이라며 “목표를 이루고 수확한 것을 주변과 나눔으로써 뇌의 ‘예비적 능력’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로 당장 사회적 접촉을 늘릴 수는 없겠지만 주변에서 어르신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올해 학회의 가장 중요한 고민거리도 바로 이 부분”이라고 했다.
치매 권위자로서 박 이사장만의 치매 예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그는 “‘끊임없는 도전’이 나만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3D TV가 출시됐을 때 3D TV 시청 시간과 시력, 정신질환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은 안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치매와 무관한 연구도 다수 수행했다. 그는 “나 자신이 치매 의사인지 헷갈릴 정도로 항상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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