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 당장 싸우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94로 일단 벌렸다. 좋은 자리다. 그런데 여기서 흑은 참고도1의 1·3으로 크게 잡아두고 싶기도 한데 실전을 택했다. 백4의 벌림이 보기보다 큰 자리기도 하고, 추후 A~C의 수순으로 맛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아주 크지는 않다고 판단한 듯하다.
백98은 이런 모양에서 상용수법이지만,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102에 위로 붙이는 것이 나았다. 흑이 114로 젖힌다면 98에 붙여 넘어서 만족이다. 흑99는 101에 젖히고 백103, 흑99, 백102, 흑100, 백114, 흑‘가’의 그림도 가능했다.
흑109는 우세를 의식한 가장 간단한 처리였다. 이 수로는 ‘가’에 밀고 백이 ‘나’로 늘 때 114에 끊는 강수, 또는 교환 없이 114에 끊는 수도 가능했다. 치열한 기풍의 소유자라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유진 7단은 괜한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던 뜻으로 풀이된다. 흑115의 위협에 백은 일단 116으로 손을 돌려 반전을 꾀한다.
박지연 5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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