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3일(현지시간)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전날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서는 하루 확진자가 각각 5000명을 넘게 발생해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애리조나주의 신규 감염자도 3400명으로 역시 새로운 기록입니다.
지난 5월19, 20일 전국 3만명을 다시 넘었던 미국의 확진자수는 22일 또 다시 3만명을 넘었습니다. 감염자수의 7일 이동평균도 일주일 전에 비해 30% 가량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미국 증시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습니다.
이날 다우는 0.5%, S&P 500 지수는 0.43% 올랐습니다. 특히 나스닥은 74.89포인트(0.74%) 상승한 10,131.37으로 마감하면서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다시 급증하기 시작한 건 지난 5월말 메모리얼데이 휴일 이후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 22거래일 동안 나스닥은 19거래일 동안 올랐습니다. 오늘까지 하면 지난 8거래일 연속 상승입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이날 일제히 또 다시 신고가를 세웠습니다.
물론 이들 기술주는 성장주이면서도 코로나19 시대의 경기방어주로 꼽히기 때문에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 봉쇄가 이어진다면 현재의 밸류에이션은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이들 기술기업들의 실적도 기본적으로 경기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월가가 코로나19 재확산을 주시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대체적으로 위험이 크지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대표적 분석가가 찰스슈왑의 제프리 클레인탑 수석 투자전략가입니다. 그는 "감염률보다는 사망률이 경기와 기업 이익 등과 연관성이 높다"며 "미국의 감염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사망률은 올라가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클레인탑 전략가의 분석을 정리해보면
1. 현재는 2차 유행이 아니라 1차 유행이 이어지는 단계다.
각국, 각 지역에서 1차 유행이 발생하는 타이밍이 다르기 때문에 전체 수치를 집계하면 2차 유행처럼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는 1차 유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확산이 아니다.
실제 글로벌 감염자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지만 이탈리아, 영국 등 1차 유행이 있었던 나라들은 감염자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는 인도, 남미 등에서 1차 유행이 뒤늦게 발생해 지금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 탓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뉴욕, 뉴저지 등에서는 1차 유행이 이미 지나갔지만 텍사스,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은 지금 1차 유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미국의 감염자수가 전체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이는 주별 시차에 따른 것이다. 재확산하고 있는 게 아니다.
2. 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타격은 감염율보다 사망률과 연관되어 있다. 즉 사망률이 더 중요한 지표다.
일부 2차 유행을 겪고 있는 국가가 있다. 스웨덴, 이란, 이스라엘 등이다. 하지만 이란을 제외하면 감염자가 증가해도 사망자가 따라서 늘지는 않고 있다.
미국 경우도 감염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지만 새로운 사망자의 수는 감소하고 있다. 이게 중요하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5~6월 신규 감염자의 나이는 4월 고령자 위주에 비해 젊다. 그래서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사 능력 및 병원들의 대응 역량이 크게 확충된 것도 사망률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
감염 자체보다는 생명에 대한 위협이 또 다른 경제 폐쇄를 야기할 수 있다. 만약 사망률에서 2차 유행이 발생한다면 이는 경기와 기업이익, 그리고 증시의 2차 하락을 부를 것이다.
실제 시장을 보면 MSCI 월드 인덱스의 경우, 그동안 사망률과 연계되어 움직여왔다. 또 애널리스트들의 기업 실적 추정도 사망률이 안정됨에 따라 개선되고 있다.
월가에서는 실제 사망률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사망률이 감염률에 후행하므로 7월 초부터 사망률도 올라갈 것이란 우려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7월초까지 미국의 코로나19 관련 통계를 유심히 지켜봐야한다는 뜻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사망률 급증 없이 감염률이 증가할 경우 큰 도시나 국가 전체를 봉쇄하기보다는 위험이 높은 지역을 일부 격리하는 국지적 대응이 이뤄질 것"이라며 "지난 3~4월과 같은 대규모 락다운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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