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벼랑끝 외교술'이었나…김정은이 얻은 5가지 효과 [종합]

입력 2020-06-24 11:42   수정 2020-06-24 14:0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돌연 남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보류하겠다고 결정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전매특허인 벼랑 끝 외교술에 우리나라가 또 당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24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회의 예비회의를 진행했다며 "중앙군사위원회는 조성된 최근정세를 평가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회의에 제기한 대남군사행동계획들을 보류하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지난 17일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발표했던 구체적인 군사 행동들이 당분간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남 전단 살포를 비롯해 금강산 관광 지역과 개성공단 내 군부대 전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 초소(GP) 복구, 포병부대들의 전투직일근무 및 접경지역에서의 군사 훈련 등을 예고한 바 있다.

북한은 이틀 전인 22일에만 해도 1200만 장의 대남 전단 살포를 예고하고 남한과 접경지역에 확성기 등을 설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군이 최전방에 재설치했던 대남 확성기 방송시설은 겨우 이틀 만에 도로 철거됐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태로 북한이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더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외적 메시지 전달 및 내부 결속 측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점 △우리 측이 대북전단 문제에 입법 조치 등 적극 대처에 나선 점 △언제든 고강도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면서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각인한 점 △김여정 부부장을 내세워 도발을 하고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정리하는 모양새를 통해 '통 큰 지도자'라는 후광 효과를 얻은 점 △그간 막혔던 대북지원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우선 대외적 메시지 전달 및 내부 결속 등의 측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국면에서 남한이 대북 전단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이에 대한 입법화 조치에 나섰다는 점은 북한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은 언제든 고강도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면서 미국 대선과 코로나19 등으로 사라졌던 존재감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김여정 부부장을 내세워 도발을 하고 자신이 정리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김 위원장은 통 큰 지도자라는 이미지까지 얻게 됐다.

꽉 막혔던 대북지원이 재개 될 가능성도 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박지원 전 의원은 군사행동 보류에 "우리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대북제재를 고집하는 미국 눈치를 보지 말고 일단 대북지원을 재개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군사행동을 보류한 것에 대해 자신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남측의 대북 심리전 재개의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과 최근 미국의 전략자산들이 한반도에 급속 전개되는 데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안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대응은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다"며 "김여장 부부장을 내세워 도발한 후 김정은 위원장이 정리한 것은 미리 짜여진 각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이 남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보류한 만큼 남북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와 여권은 북한의 군사 위협 속에서도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북한만 응한다면 당장 남북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북한의 군사행동 보류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있는 만큼 북한이 당장 외부와 적극적 대화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이 대남 군사적 행동을 '철회'한 것이 아니라 '보류'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당장 적극적 제스처를 보이기보다는 향후 정세 및 남한과 미국의 태도를 보면서 자신들의 행동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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