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명·민생과 직결된다"는 3차 추경, 이렇게 부실하게 짜도 되나

입력 2020-06-24 18:16   수정 2020-06-25 00:10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밀어붙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부실·졸속’이라는 혹평을 내놨다. 고용 대책의 상당수는 일회성 일자리로 채워졌고, 효과가 의심스러운 부실 프로젝트가 많아 ‘땜질 예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예정처는 “후버댐 식의 ‘데이터 댐’을 만들겠다”는 ‘디지털 뉴딜’도 신산업·신기술 육성보다는 범용화된 기술의 단순 활용에 치우쳤다고 진단했다.

예산·결산 심의를 지원하는 비당파적·중립적 전문기구인 예정처는 강한 톤으로 추경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국민 삶을 지키는 데 절실하다”며 이달 중 강행 처리를 시사한 집권당에 직격탄을 날린 격이다. 700쪽이 넘는 두툼한 보고서에서 제시한 부실·졸속 사례들을 보면 ‘나랏돈을 이렇게 막 써도 되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고용안정 대책은 공공부조 성격에 그친 경우가 많아 구직자 역량을 제고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예정처의 우려다. 창출하려는 일자리 55만 개 중 상당수는 기존 재정 사업과 중복되고, 소상공업·자영업 등 민간 고용 시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봤다.

11조3000억원이 배정된 ‘경기보강 패키지’에도 생색내기용 부실 사업이나 예산 타내기용 끼워 넣기 사업이 즐비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환경부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확정하지도 않은 채 ‘그린뉴딜 유망 기업 육성’과 ‘스마트 그린 도시’ 예산을 편성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공 장소에 벽화 조각 등을 설치하는 ‘마을 미술 프로젝트’를 10년 넘게 본예산을 통해 진행 중임에도 770억원의 대규모 추경을 끼워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예정처는 대통령이 강조한 한국형 뉴딜 역시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선순환 경제구조 구축’이라는 취지를 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실하다고 평가절하했다.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초중등 온라인 교육인프라 구축’ 예산을 요청했지만 컴퓨터·태블릿PC 등의 노후 기자재 단순 교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3차 추경은 23조8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고, 바닥난 고용보험기금까지 탈탈 털어 조성된다. 사상 최대인 35조3000억원이 제 역할을 못하고 바람처럼 흩어져 버린다면 폭증한 국가부채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땜질 처방으로는 ‘전시(戰時) 경제’를 버텨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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