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은 세계 7위 수출국이자 자유무역질서를 지지해 온 통상 선도국으로서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국제사회 요구에 주도적으로 기여해야 할 때가 왔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이어 “WTO는 지난 25년간 새로운 무역협상 타결에 실패함으로써 설립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국제사회는 갈수록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고 있고,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WTO의 기본원칙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 본부장은 이런 상황을 극복할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작년 말부터 상소기구 운영이 중지됨으로써 WTO 식 분쟁해결 기능의 실효성을 잃게 됐다”며 “분쟁해결제도와 전자상거래 등 국제규범의 재정비가 시급한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WTO 상소기구는 국제 무역분쟁을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곳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과 상소기구 위원 선임 반대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 본부장은 WTO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유 본부장은 “협상 기능을 복원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WTO 협정을 업그레이드하겠다”며 “국제적 위기 대응 공조를 선도하는 WTO로 그 역할과 기능을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또 “WTO가 지난 25년을 디딤돌 삼아 향후 25년에도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견고하게 그 지위와 위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국제기구로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유 본부장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행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해 통상전문가로 활약해 왔다. 산업부 첫 1급 여성 공무원, 첫 여성 차관급 공무원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이번에 WTO 사무총장이 되면 한국인 최초 및 첫 여성 사무총장이란 기록도 세우게 된다.
유 본부장은 한국인으로서는 WTO 사무총장에 세 번째 도전한다. 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는 지지도가 가장 낮은 후보가 탈락하는 과정을 반복한 뒤 최종 단일후보자를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사무총장 후보를 등록한 국가는 한국 외에 멕시코, 나이지리아, 이집트, 몰도바 등 네 곳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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