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 "文정부, 김정은 '가스라이팅'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입력 2020-06-25 13:52   수정 2020-06-25 14:1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 등장과 함께 파국으로 치닫던 남북 관계가 한숨을 돌린 가운데 북한 전문가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사진)는 "김 위원장의 '가스라이팅'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김정은의 문재인 정부 길들이기, 전형적인 가스라이팅 수법'이라는 게시글을 올리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 보류로 남북 긴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면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인민군 총참모부에 권한을 넘기고, 총참모부가 당 중앙군사위에 비준제기하고, 중앙군사위도 본회의 이전 예비회의를 거치면서 도발 실행까지의 다단계를 설정함으로써 막판 반전의 치밀함을 염두에 둔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유는 간단하다. 탈북자 쓰레기와 남조선을 죽탕치자는 내부 결속 강화로 경제제재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겹악재' 위기를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풀이했다.

또 "청와대 통일부 경기도 등 문재인 정부가 총출동해서 골칫거리 대북 전단을 막게 하고 탈북단체 전단 살포에 부정적인 여론조성에도 성공했고, 미국의 항공모함출동과 전략자산 전개로 미중간 갈등이 격화되고 더이상의 남북 충돌은 막아야 한다는 미중의 공감대 하에 중국의 대북지원을 미국이 양해하게 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8년 평화의 사도 김 제1부부장이 2020년 분노의 상징으로 각인되면서 남북관계에 더이상 헛된 희망을 갖지 않게 하고 북한의 확실한 2인자 리더십을 구축하는 데도 성공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강공 드라이브와 갑작스러운 국면 전환으로 북이 남쪽에 노리는 것은 사실 대내외적 이익을 챙기는 것보다, 문재인 정부를 자기 맘대로 순응하게 만드는 길들이기 목적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강온을 섞고 분노와 애정을 결합하면서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조종해 스스로 정확한 현실 인식을 못하고 의존하게 함으로써 상대를 마음대로 길들이는 이른바 가스라이팅 수법"이라며 '고도의 심리 수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이 화낼 만하다', '우리가 약속 안 지킨 거다', '미국 탓이다'라며 북한이 아닌 우리 탓을 하면서 길들여지다가 김 위원장의 극적 애정 표시로 또다시 김 위원장에게 고마워하며 더욱더 북에게 잘해야 한다고 결심하게 하는 전형적인 길들이기"라면서 "문재인 정부와 진보진영 지지층들은 언제까지 가스라이팅에 당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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