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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는 이른바 압축성장 시대에 젊은 시절을 지냈다. 자연스레 개인도 시대의 급격한 변화를 체험했다. 사회 모든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나 자신도 운 좋게 큰 어려움 없이 노년을 맞이하고 있으니, 그 혜택을 충분히 받은 셈이다. 이제는 나이를 감안해서 남들을 도와주고 섬기는 자세로 가정과 지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지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앞으로 시대를 주도해 나갈 젊은 세대를 도와주고 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물질적으로는 전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살고 있고 윗세대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생활을 누릴 수 있음은 분명하다. 더 많은 정보에 접하면서, 더 빨리 더 많은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어려움 또한 그들이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선배로서, 때로는 사회적 역할의 선임자로서 도움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 경우에도 젊은 세대를 폭넓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뒤에서 응원함에 그칠 일이지, 원하지도 않는데 함부로 나서는 일은 절대 삼가야 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나름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낯 뜨거운 일, 밝히기 부끄러운 실수도 종종 했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사람 사이, 기업 사이, 이익단체 사이의 시시비비를 다뤄온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제는 남의 실수와 잘못에 대해 관대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또 업무를 이유로 미뤄둔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우선순위를 정해 시도해보고 싶다. 젊은 시절에는 하고 싶은 일을 미뤄도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만, 이제부턴 더 미루면 그 기회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 이건 나이 듦에 대한 조바심이라기보다는 진정으로 자신의 내면 욕구를 살피고 행동하는 용기라고 보고 싶다. 거기다 옛 친구, 먼 친척 등 소홀했던 인간관계를 다시 돌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동안의 삶을 당연한 것으로 흘려보냈다면, 이제는 내가 시도하는 모든 일 하나하나 소중한 의미를 발견하고 찬찬히 즐겨 보리라. 어느 시인의 말대로, 산을 오를 때 보지 못했던 꽃을 내려오면서 비로소 발견할 수만 있다면 나이 듦의 혜택을 넉넉히 받는 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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