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공부합시다] OPEC-미국 셰일업체 세력다툼…요동치는 국제유가

입력 2020-06-29 09:00  


지난 6일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 소속 23개 산유국 석유장관은 회의를 통해 6월 30일이 시한이던 ‘하루 석유 생산량 970만 배럴 감산’을 7월 말까지 한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회의 뒤 감산 행렬에 동참하지 않은 미국, 캐나다 등의 산유국들에도 원유 시장 안정을 위해 감산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7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거래가격이 배럴당 39달러였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 WTI 가격이 50달러였음을 감안하면 이들 회의체가 감산 연장을 결정한 이유를 알 수 있다.

OPEC, 유가를 조정하는 국제 카르텔

여기서 감산을 주도하고 있는 OPEC은 ‘석유수출국기구’다. OPEC은 1960년 원유 가격 하락을 방지하고 국제석유자본(석유메이저)에 대한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해 이라크·이란·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베네수엘라의 5대 석유 생산·수출국 대표가 모여 결성한 협의체다. OPEC의 맹주는 단연 사우디아라비아다. ‘아람코’라는 국영 석유생산회사를 통해 석유 생산과 국제 유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유정 채굴기술의 발달로 미국의 셰일오일 회사들이 생산량을 늘렸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을 중심으로 한 카르텔이 위협을 느끼며,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까지 미국과 원유시장에서 세력다툼을 벌였다. 러시아 등 OPEC 소속이 아닌 산유국과 연합해 감산을 논의하기도 했고, 공격적인 증산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치킨게임’을 벌이는 등 상황에 따라 다른 전략을 펼쳤다.

OPEC의 대체재, 미국의 셰일오일

산유국들이 미국과 치킨게임을 벌이며 대결을 벌인 것은 바로 셰일오일이 OPEC 카르텔이 생산하는 석유의 ‘대체재’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셰일은 진흙이 쌓여 굳은 퇴적암의 한 종류다. 셰일오일은 이 셰일층에 섞여 있는 원유를 뽑아낸 것을 말한다. 그동안 비용이 많이 들고 채산성이 떨어져 아무도 채굴하지 않았지만, 2003년 이후 고유가가 계속되고 채굴기술이 점점 발달하면서 생산량을 늘려갔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우선주의)를 외치며 미국 내 산업 부흥을 이끌면서 셰일오일 업계를 지원해 석유 순수입국이었던 미국이 순수출국으로 전환됐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늘면서 국제시장의 유가는 급락했고, 석유를 팔아서 벌어들이는 수입을 국가 재정의 주된 토대로 삼은 주요 산유국들이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유가의 경제학

국제 유가의 향방이 자원빈국이며 개방경제를 지향하는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한국은 1970년대 오일쇼크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다. 이는 공급 충격에 따른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이다. 오일쇼크처럼 유가가 상승하면 석유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는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하며, 국가적으로도 수입액이 급증해 경상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이 된다.

하지만 유가가 상승하면 무조건 나쁘고, 하락하면 좋다는 생각은 단편적이다. 유가가 상승하는 것이 세계 경제가 회복돼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면 한국에도 나쁠 것은 없다. 반면, 유가 하락이 산유국들의 재정위기로 이어지거나 세계 경제 수요가 하락해 나타난 것이면 한국 입장에서도 긍정적이지 않다. 산유국들의 해양플랜트 사업이나 원유 시추 사업이 중단돼 수주가 줄어들거나 석유·화학, 철강, 조선업체들의 수출 단가가 하락해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유가의 방향성에 따른 영향을 어느 한쪽으로 단편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가 침체돼 수요가 감소함에도 오히려 물가가 오르는 현상. 스태그네이션(stagnation: 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1973년 말 1차 오일쇼크 당시 아랍 산유국에 의한 원유 공급 제한 조치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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