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0억~7000억달러 손실 가능성
Fed는 25일(현지시간)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등 34개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한 올해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Fed는 매년 대형 은행을 상대로 테스트를 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침체 영향까지 감안해 확대 시행했다. 통상적 테스트 외에 코로나19 영향을 고려해 실업률을 15.6~19.5%로 가정하고 ‘V’자 형태의 빠른 회복, 좀 더 느린 ‘U’자형 회복, ‘W’자 형태의 더블딥(이중 침체)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해 추가 점검한 것이다.
그 결과 V자 회복의 경우 34개 은행에서 아홉 분기 동안 5600억달러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대출 및 상업용 부동산 대출뿐만 아니라 자동차 대출과 모기지 등 소비자 대출 등에서 모두 손실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또 W자 회복의 경우 6600억달러, U자형으로 느리게 회복하면 7000억달러까지 손실을 볼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이 입었던 손실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작년 말 기준 12%에 달했던 미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은 7.7~9.5% 수준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Fed는 U자형이나 W자형 시나리오에서도 다수 은행의 자본 상태는 괜찮을 것이라면서도 “몇몇 은행은 최소자본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밝혔다.
Fed는 은행들의 자기자본 보전을 위해 올해 3분기까지 배당금 지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르면 다음주 3분기 배당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은행들은 최고 네 분기 동안 평균 이상의 배당을 줄 수 없게 됐다. 은행들은 3분기에 자사주 매입도 할 수 없다. 대부분 은행은 이미 2분기에 자발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중단했다. 적어도 두 분기 이상 자사주 매입을 못 하는 것이다.
랜들 퀄스 Fed 부의장(금융규제 담당)은 “주주 배당을 제한하는 정책이 경기침체기에 은행들의 자본 수준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필요한 상황이 되면 자사주 매입과 배당 제한에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Fed는 은행들이 이런 시나리오가 반영된 자본계획을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볼커룰 완화로 위험자산 투자 확대
이날 미 금융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의 고위험 투자를 막기 위해 도입한 이른바 볼커룰(Volcker rule)의 핵심 규정을 또 완화했다. Fed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은 은행들이 계열사 간 파생상품 거래 시 증거금을 쌓도록 한 볼커룰 규정을 삭제했다. 규정 변경은 오는 10월부터 적용된다.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에 따르면 미국 내 20개 주요 은행은 볼커룰로 인해 지난해 440억달러를 쌓아야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규정 삭제로 4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자유로울 수 있다고 추산했다.
금융당국은 또 은행들이 벤처캐피털(VC)과 유사 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동안 VC와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 위험자산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금지해왔지만, 제한 대상에서 VC를 뺀 것이다.
볼커룰은 금융위기를 유발한 은행들의 주식·파생상품 등 고위험 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폴 볼커 전 Fed 의장 제안으로 2010년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의 부속 조항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볼커룰 완화를 추진해왔다. 지난해 10월 미 금융당국은 볼커룰 개정안을 승인해 은행의 거래 자본 규모에 따라 규제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이날 JP모간 BoA 등 은행주는 3~4%대의 급등세를 보였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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