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탈출'…일본, 코로나로 수도 이전 계획 재점화

입력 2020-06-27 10:23   수정 2020-06-28 00:38



일본의 수도 도쿄가 1869년 이후 150여년 만에 수도 지위를 지방도시와 나눠갖게 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본의 수도 이전 계획이 재점화했다.

◆1996년 수도 후보지까지 선정

후루야 게이지 중의원 의원 등 자민당 유력 의원들은 '사회기능의 전국 분산을 실현하는 의원연맹' 설립 총회를 25일 개최했다. 사회기능 전국분산 의원연맹의 목표는 정부 부처와 대기업 본사 등을 지방으로 이전해 도쿄 집중도를 낮추는 것이다. 연내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안할 계획이다.

일본의 수도 이전 움직임은 20여년 만이다. 일본 정부는 도쿄에 과다하게 집중된 인구와 경제력을 분산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수도 이전을 추진했다. 1990년 국회에서 정식으로 수도 이전을 결의하고, 1999년 도치기·후쿠시마, 기후·아이치, 미에·기오지역 등 3곳의 수도 후보지까지 정했다. 하지만 도쿄의 강력한 반발과 예상을 초과하는 비용 때문에 2000년대 들어 수도 이전 움직임은 사그라들었다.

도쿄도민들의 반발을 고려한 듯 의원연맹의 목표는 수도를 도쿄에서 통째로 옮기기보다 도쿄가 독점하는 수도 기능 일부를 지방으로 옮기는 쪽이다. 대규모 재난이나 전염병으로 국회와 정부부처, 기업 본사, 연구기관 등이 기능정지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는 지방으로 옮기고 일부는 지방에 대체시설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국회는 도쿄에 유지한 채 국회의사당을 사용할 수 없는 비상사태에 대비해 지방에 대체시설을 설치하는 식이다. 기업의 성격에 따라 본사를 지방으로 분산시켜 지역별 특성화 도시를 육성하자는 제안도 담을 계획이다.

◆포천500대 기업 중 38곳이 도쿄 본사

수도 이전론이 20여년 만에 힘을 얻은 건 코로나19를 계기로 수도권 과밀화의 폐해가 노출됐기 때문이다. 6월26일 현재 일본의 코로나19 환자 1만8924명 중 도쿄의 감염자는 5994명으로 전체의 1/3에 달한다. 올해 5월1일로 도쿄 인구가 14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일본 인구가 갈수록 집중되는 탓이다.

경제기능의 집중도도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본사 기능을 지방에서 도쿄권(도쿄, 지바, 사이타마, 가나가와)으로 이전한 기업은 312개사로 9년 연속 '전입초과' 상태다. 포천500대 기업 가운데 도쿄에 본사를 둔 기업은 38개사로 북경(53개)에 이어 세계 2위다. 파리(20개), 뉴욕(17개)보다 많다.

반면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계기로 도쿄 23구 지역의 근로자 가운데 재택근무를 경험한 비율은 55.5%(전국 34.6%)에 달한다. 이 때문에 수도기능 분산에 대한 거부감도 옅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쿄 23구에 거주하는 20대 가운데 지방이주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응답이 35.4%에 달했다. 일본이 메이지유신으로 1869년 교토에서 도쿄로 수도를 이전한 역사적 사실도 '도쿄만 수도일 필요는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경제계도 중앙부처의 지방이전을 원하고 있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은 코로나19 긴급사태로 타격을 받은 지방경제의 활성화 대책으로 정부기능의 지방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중견기업 경영인 단체인 경제동우회도 지난 16일 "정부 관계기능의 지방이전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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