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배우들의 공감 연기에는 소름 돋는 캐릭터 분석이 있었다.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를 향한 시청자들의 호응이 뜨겁다.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비밀과 진심을 드러내며 관계의 변곡점을 맞은 가운데, 시청률 역시 상승 곡선을 탔다. 지난 8회 시청률이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에서 가구 평균 4.7% 최고 5.7%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 닐슨코리아 제공)
평범한 가족의 놀라운 비밀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로잡은 데에는 ‘과몰입’을 유발하는 현실적인 캐릭터가 주효했다. 사소한 감정선도 놓치지 않으며 촘촘하게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는 배우들의 힘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다. 완벽한 캐릭터 해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이에 변화를 예고한 2막에 앞서 한예리, 김지석, 추자현, 신재하의 MBTI(Myers -Briggs Type Indicator) 성격 유형 검사 결과를 공개하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캐릭터에 완벽 빙의해 나노 단위까지 파악하는 배우들의 해석이 소름을 유발할 정도. 배역에 이입해 진행한 MBTI 결과를 통해캐릭터의 행동 분석은 물론, 앞으로의 선택까지 예측해 봤다.
둘째 김은희를 맡은 한예리는 조심스럽게 고민하고 진지하게 테스트에 임했다. “술에 안 취하면 벽에 가까이, 술에 취하면 방 중간에 있을 타입”이라고 김은희의 캐릭터를 분석한 한예리는 ‘재기발랄한 활동가-ENFP’ 결과를 받아들었다. ‘종종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고 타인과 사회적, 정서적으로 유대관계를 맺음으로써 행복을 느낀다’는 설명은 ‘배려왕’ 김은희를 정확하게 짚은 것에 동감하며, “이래서 김은희가 가족을 못 놓는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이어 ‘해답을 찾을 때까지 끊임없이 찾아 헤매지만, 원하는 답을 찾는 날 인간애와 용기가 빛을 발한다’는 결과를 읊으며 “은희가 (가족 관계와 비밀 사이에서) 끊임없이 애쓰는 이유가 뭘까 했는데, 그 답이 여기 있다”고 격하게 공감하기도.
김은희의 든든한 친구이자 가족의 비밀과도 얽혀있는 박찬혁(김지석 분)은 다정하고 배려 깊은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설렘을 자아내는 주인공. 정작 김지석은 “박찬혁은 약간 왕자병이 있다. 가르치려는 건 아니지만 늘 어른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유쾌하게 질문지에 대한 답을 이어나갔다. 인간 김지석과 캐릭터 박찬혁 사이에서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김지석의 선택 역시 ‘캐릭터 맞춤’ 결과를 받았다. 김지석의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박찬혁은 ‘용감한 수호자-ISFJ’ 유형. 박찬혁은 타인이면서도 당사자들보다 김은희의 가족에 대해 더 잘 알고, 어려운 상황이 닥칠 때마다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인물이다. 특히 박찬혁은 타인을 잘 관찰하고 섬세한 기억력이 장점인데, ‘뛰어난 기억력으로, 단순 정보가 아닌 만나는 사람들과 관련한 소소한 사항을 모두 기억해놓는다’는 싱크로율 200%의 분석은 김지석조차 놀라게 했다.
가족보다 가까운 ‘찐사친’이지만 관계의 변곡점 앞에 선 김은희와 박찬혁의 성격 궁합은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지점. ‘서로를 보완해주는 멋진 커플이다. ENFP(김은희) 유형은 마음은 따뜻한데 매사에 딱딱한 ISFJ(박찬혁)들이 배울 게 많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성격이다. 정반대의 차이를 웃음이나 장난으로 승화할 수 있다면 예쁜 관계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더해졌다. 김은희는 박찬혁을 향한 감정의 동요를 자각했지만, 친구로 선을 그었다. 2막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맞게 될 두 사람의 관계 변화에 기대감을 더한다.
추자현은 똑 부러지는 김은주답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선택지를 풀어나갔다. 냉철한 현실주의자 김은주는 남편 윤태형(김태훈 분)의 비밀을 맞닥뜨리며 감정의 격랑을 맞이하고 있다. 때문일까, 감정에 대해 묻는 질문에 추자현은 “김은주도 화가 엄청 난다. 엄마 이진숙(원미경 분)에 대한 억울함과 가족에 대한 배신감이 있다”며 디테일한 설명을 덧붙였다. ‘김은주 잘 알’ 추자현의 성격 유형은 ‘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ISTJ’였다. ‘실용적인 논리력과 헌신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성격이다. 가정 내에서 핵심 구성원 역할을 한다’는 분석은 대학생 때부터 가장 노릇을 한 김은주를 완벽하게 이해하게 만든 지점. 진지하게 분석을 읽던 추자현은 “사회적인 면에서는 설명이 정확한데, 사랑과 가족에 대한 분석은 지금 이 시점에서는 노코멘트 하겠다. 상상에 맡기겠다”며 해석의 여지를 남겨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윤태형과의 관계에서 선택의 기로에 있을 뿐 아니라, 출생의 비밀까지 남겨져 있는 상황. 김은주의 감정 변화가 궁금해진다.
막내 김지우 역을 맡은 신재하는 시작부터 난관에 빠졌다. “(김지우는) 굉장히 자기가 현실적이고 나름 잘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한 그는 이내 신재하로 돌아와 “비밀인데 (지우는) 멍충이”라고 귀엽게 덧붙여 미소를 안겼다.김지우는 ‘현실주의자’ 큰 누나, ‘배려왕’ 둘째 누나 밑에서 애정을 가장한 구박을 받으며 자란 막내 그 자체. 고민의 연속 끝에 나온 결과는 ‘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ESFP’ 였다. 신재하는 ‘남다른 미적 감각’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다른 이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데 시간을 소비한다’는 분석에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감당하기 어려운 첫째 누나 김은주의 출생 비밀에 전전긍긍하다, 박찬혁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나서야 한결 후련해한 전적(?)이 있는 김지우. 신재하는 ‘인생을 기회나 운에 맡기거나 그렇지 않으면 친구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이거 정말 맞다”고 격하게 공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가족입니다’는 가족들이 묻어둔 상처를 꺼내 보이기 시작하며 새 국면을 맞았다. 김상식(정진영 분)의 짧았던 시간여행이 막을 내리며 오래 묻어왔던 진실도 밝혀질 전망. 캐릭터에 완벽하게 스며든 배우들의 열연이 더욱 빛을 발할 2막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나경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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