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송가은(20·사진)은 주변에서 ‘가인’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다. 이름이 트로트 스타 송가인과 비슷해서다. 28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0’(총상금 7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그는 그야말로 ‘골프계의 송가인’으로 뜰 뻔했다. 무서운 기세로 우승 경쟁까지 벌였기 때문이다. 막판 급격히 무너진 게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최종일 1오버파를 적어 낸 그는 최종합계 10언더파를 쳐 데뷔 이후 최고 성적인 공동 15위를 기록했다. 후반에만 보기 4개를 범하며 뒷걸음질치지 않았으면 ‘톱10’에도 무난히 들 수 있는 성적. 송가은은 “샷감이 썩 좋지 않았는데 퍼터가 잘 떨어졌다. 막판에 집중력이 조금 흐트러졌는데 너무 아쉽다”고 했다. 이어 “신인이라 갤러리가 없는 상황에 익숙한 것도 갤러리 없이 게임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규투어 시드 순위전에서 28위를 차지한 송가은은 올해 정규투어에 데뷔했다. 지난해 KLPGA 준회원에 입회했고 3부 투어 격인 점프투어에서 두 차례 우승했다.
25개 이상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조건부 시드를 받은 그는 올해 정규투어와 드림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송가은은 “시드 순위가 낮아 120명 정원인 대회는 출전이 불투명해 마음을 졸인다”며 “출전하는 대회가 모두 소중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치고 있다”고 했다.
송가은의 특기는 퍼팅이다. 그의 라운드 평균 퍼팅 수는 29.06. 신인 가운데 1위, 투어 프로 전체 3위의 기록이다. 송가은은 “클럽의 아크와 페이스 위치가 그려져 있는 스트로크 매트를 들고 다니며 어느 곳에서든 매일 40분 넘게 연습하는 것이 퍼팅 비결”이라며 “퍼팅할 때는 스피드만 생각하고 친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부터 송가은의 캐디백을 멘 셰인 코머(아일랜드)는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5)과 작년 KLPGA 신인왕 조아연(20)과도 함께했지만, 퍼팅만큼은 송가은이 최고”라고 추켜세웠다.
송가은은 대회 내내 라운드가 끝나면 연습그린에 남아 가장 늦게까지 퍼팅 연습을 하곤 했다. 송가은은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이 욕심 난다”며 “이번 대회의 좋은 기운을 받아 앞으로도 의미있는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포천힐스CC=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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