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셰일혁명' 이끈 체서피크도 쓰러졌다

입력 2020-06-29 17:15   수정 2020-06-30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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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셰일 혁명’을 선도한 에너지기업 체서피크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에너지 수요가 뚝 끊겨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자 경영난이 심해진 탓이다.

28일(현지시간) 체서피크는 미 텍사스주 남부지방 파산법원에 체서피크와 30여 개 계열사에 대해 파산법 11장을 적용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파산법 11장은 파산 위기에 몰린 기업이 완전 청산을 하는 대신 법원의 감독하에 채무와 구조를 재조정해 회생을 시도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체서피크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자산이 162억달러(약 19조4170억원), 부채는 118억달러(약 14조1430억원)라고 기재했다. 체서피크는 법원에 파산보호 기간 동안 20억달러(약 2조3970억원) 규모의 채무를 갚고, 구조조정을 통해 완전 파산을 면할 경우 채권단에 부채 70억달러(약 8조3900억원)를 탕감받는 안을 신청했다. 파산보호 기간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9억2500만달러(약 1조1090억원)가량을 회생 절차 시 신규 자금지원(DIP) 방식으로 조달한다. 25억달러(약 2조9970억원) 규모 신규 장기 대출도 받는다.

체서피크는 지난 1분기 코로나19로 인한 에너지 수요 감소 여파로 83억달러(약 9조9480억원) 규모 적자를 봤다. 역대 최악 분기 실적이다. 유가 폭락에 따른 보유 자산 평가 손실도 85억달러(약 10조1880억원)에 달했다. 지난 26일 기준 체서피크 시가총액은 1억1600만달러(약 1390억원)로, 체서피크의 시가총액 최고치였던 2008년 380억달러(약 45조5470억원)에 비해 크게 쪼그라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셰일 드림’의 원조 기업이 코로나19 타격에 엎어졌다”고 지적했다. 체서피크는 한때 미국 셰일혁명의 대표 격 기업으로 통했다. 물을 고압으로 쏴 퇴적암층을 깨는 수압파쇄법(프래킹)으로 셰일가스를 채굴하는 기술을 선도했다. 이를 활용해 체서피크는 2000년대 중반엔 엑슨모빌에 이은 미국 2위 천연가스 생산업체로 도약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기존 수준을 유지할 경우 에너지기업이 줄줄이 파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유가가 일부 올랐지만 올초 가격에 비해선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라서다. 지난 1월 배럴당 60달러 선에 거래됐던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근월물은 29일 38달러 선에 거래됐다. 반면 셰일기업 생산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50달러 선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에너지 가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2년 내에 200곳이 넘는 셰일기업이 파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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