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PEF와 기업 '땡처리'

입력 2020-06-29 17:49   수정 2020-06-30 00:30

중견 사모펀드(PEF) 대표 A씨는 요즘 기업분석 보고서를 끼고 산다. 1주일에 적어도 회사 두 개 이상은 들여다본다. 자체적으로 선정한 기업뿐 아니라 외부에서 “이런 회사가 있는데 인수할 만한지 살펴보면 어떻겠냐”는 권유와 함께 건네받은 보고서도 상당수다. A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자 마치 태풍을 앞둔 것처럼 고요한 긴장감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퍼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 경영권을 사들이는 주요 바이아웃 펀드들은 이미 ‘실탄’을 충분히 확보했거나 부지런히 모으고 있다. 국내 ‘톱3’ 주자들은 출발 총성만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8조원 가까운 펀드를 조성했다. 한앤컴퍼니는 3조8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 조성을 마쳤고, IMM프라이빗에쿼티도 2조원짜리 펀드 결성을 마무리하고 있다. 스틱, 스카이레이크, H&Q, 어펄마캐피탈, JKL 등 경쟁사들도 자금 모으는 작업에 한창이다.

폭풍 전야 같은 M&A 시장

잠재 매물에 대비해 투자자를 확보하고 미리 주판알을 튕기는 물밑 작업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지만 M&A 시장이 겉으로 조용해 보이는 것은 동상이몽 탓이다. B사모펀드 대표는 “가령 연간 1000억원씩 이익을 내던 회사가 코로나19 여파로 이익이 200억원대로 쪼그라든 상황이라면 사고파는 양측의 가격 차이는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업은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위기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인 사모펀드로선 최대한 값을 깎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일부 기업의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

이 때문에 내년 M&A 시장에 ‘파이어 세일(fire sale·급매)’ 장세가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코로나 사태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올 하반기에도 계속되면 내년부터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기업이 줄을 이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기업으로선 살아남는 것 자체가 지상 과제인 반면 사모펀드는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뜻이다. 정글과 같은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다.

PEF 긍정적 역할 필요한 때

주목되는 것은 사모펀드업계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한 자성의 목소리다. 기업의 단물을 빼먹고 비싼 값에 되팔아 넘기는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처럼 예상치 못한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사모펀드의 자본력과 결합해 한 단계 도약하는 사례가 늘면 ‘먹튀’라는 말도 사라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비슷한 업종의 기업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키우는 ‘볼트 온(bolt-on)’ 전략은 사모펀드가 구사하는 대표적인 기법이다. 김태엽 어펄마캐피탈 대표는 “가령 팔 힘은 좋은데 하체가 약한 기업이 있고 지구력은 최고인데 순발력은 떨어지는 기업도 있다”며 “M&A로 약점을 보완해 더 강한 기업으로 재탄생시키는 사모펀드의 긍정적 역할은 평가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태림포장을 인수해 전국 13개 공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부를 재편해 기업 가치를 두 배 가까이로 끌어올린 IMM PE 사례도 마찬가지다.

사모펀드가 자본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으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과 공제회가 PEF의 주요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PEF 기사에 일반 독자들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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