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후계자로 차남 지목했다

입력 2020-06-29 17:01   수정 2020-10-07 15:56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이 보유 지분 전체를 둘째 아들인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에게 매각했다. 재계에서는 조 사장이 조 회장의 후계자로 지목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 장남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반발하면 그룹 경영권을 놓고 ‘형제의 난’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26일 자신이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전량(23.59%)을 조 사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사다. 매각대금은 약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번 거래로 조 사장 보유지분은 19.31%에서 42.90%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두 아들이 경영권을 놓고 대립할 조짐을 보이자 조 회장이 ‘후계자는 조 사장’이라고 못 박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거래로 형제간 갈등이 표면화하면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조 부회장과 누나 조희원 씨는 각각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19.32%와 10.82%를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고 시장에서 주식을 일부 매수하면 그룹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

변수는 국민연금과 조 사장의 사법 리스크다. 지분 경쟁이 벌어지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7.74%를 가진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조 사장은 협력업체로부터 6억원가량을 받고 관계사 자금 2억63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父가 낙점한 차남 조현범, 승계 굳히기냐…장남의 반격이냐
한국타이어 형제경영, 형제의 난으로 가나



재계 43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이 ‘형제의 난’에 휘말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양래 회장의 두 아들이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시작하면서다. 조 회장이 차남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의 손을 들면서 조 사장이 승기를 굳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장남인 조현식 그룹 부회장이 반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장남을 설득하지 못하면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조현범, 지주사 지분 43% 확보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29일 조 회장이 조 사장에게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조 회장은 지난 26일 자신이 보유한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전량(23.59%)을 조 사장에게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했다. 조 사장은 보유 지분이 순식간에 19.31%에서 42.90%로 대폭 늘면서 1대 주주 자리를 확보했다. 조 사장은 기존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아 매수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입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3000억원(주당 약 1만5000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이 기습적으로 보유 주식을 모두 조 사장에게 넘긴 것은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많다. 조 사장이 지난해 11월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것을 계기로 형제간 다툼이 가시화되자 후계자를 확정했다는 설명이다.

그룹 사정을 잘 아는 한 재계 인사는 “조 사장은 수년 전부터 그룹 경영을 사실상 총괄해오고 있었다”며 “회사 내부에서는 차남이지만 조 사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최근 조 부회장이 이를 뒤집으려는 시도를 했다”고 전했다. 조 부회장은 올해 초 조 사장이 추진하던 신사업을 모두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조 사장과 가까운 임원 일부를 해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조 부회장과 조 사장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분석이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조 사장은 타이어 외 신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조 부회장은 타이어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두 사람이 계속 부딪쳤다”며 “조 회장은 이번 매각으로 조 사장을 여전히 신임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공개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식, 누나와 연합하나

조 사장이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절반 가까이 확보함에 따라 조 부회장이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조 회장의 장녀인 조희원 씨가 조 부회장을 지지하고 있어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표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조 부회장과 조희원 씨는 각각 지분 19.32%와 10.82%를 갖고 있다. 조 부회장 측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할 경우 한국타이어그룹은 한동안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주식을 들고 있는 국민연금(지분율 7.74%)도 변수다. 조 사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표 대결 시 조 사장을 지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적인 하자는 없지만 횡령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총수에게 그룹 경영권을 선뜻 맡기는 쪽에 표를 주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조 사장이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룹 내부에서도 조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예고된 수순’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아 결과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룹 관계자는 “조 사장이 지난주 최대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은 이미 후계 구도가 정리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재판을 마무리한 뒤 승계 작업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경영권을 최종 승계한 뒤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는 등 그룹 체질을 바꾸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평소 주변에 “타이어 또는 자동차 관련 산업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가는 지난 26일 대비 9.87% 오른 1만2250원에 마감했다. 오전 중 20% 이상 올랐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이 줄었다.

도병욱/김보형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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