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리먼브라더스가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됐다.
23일 법원 등에 따르면 리먼브라더스의 유럽본사인 리먼브라더스인터내셔널유럽(LBIE)이 서울회생법원에 파산절차 종결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1850년 설립된 이후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올라섰던 리먼브라더스는 지난 2008년 파산된 이후 유럽본사가 영국 법원에서 파산 절차를 진행해오고 있었다. 리먼브라더스는 국제도산 제도를 활용, 2016년 서울회생법원에 영국 파산 절차를 승인해달라는 신청을 제기했다.
이후 서울회생법원(재판장 서경환 수석부장판사, 김영석 판사, 이숙미 판사)은 리먼브라더스가 국내에 갖고 있는 자산의 환가를 관리하고 영국에 송금하는 절차를 지도했다. 채권자 배당을 위해 채무자 자산을 매각 등의 방법을 통해 돈으로 바꾸는 환가 과정이 영국과 국제도산 절차의 공조를 통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리먼브라더스의 국내 자산 환가를 통해 영국에 송금된 금액은 총 297억원 가량이다.
리먼브라더스의 국내 자산은 금호산업 주식과 대우건설 주식 등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먼브라더스는 과거 대우건설 주식에 투자하면서 금호산업과 풋백옵션을 맺었는데, 이후 2015년 금호산업 측에 풋백옵션 대금 청구 소송 등을 제기했다. 이후 양측은 화해를 통해 일부 금호산업 주식을 현물로 받았다. 이번에 대우건설 주식과 금호산업 주식 등을 팔아 영국 법원에 신고된 채권자들의 변제 재원으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법원은 환가 절차와 더불어 리먼브라더스의 국내 채권자들에 대한 공고 및 송달 여부 등을 검토해 국내 채권자들이 변제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없도록 관리했다. 법원의 확인 결과 국내 채권자들은 남아 있지 않았다.
이같은 국제도산은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에서 만든 모델법을 통해 가능해졌다. 서로 믿을 수 있는 국가에서 도산절차가 개시되면 다른 국가에서 승인을 해서 도산절차가 개시된 것과 같은 효력을 부여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채무자회생법도 5편에 국제도산 규정을 마련해 관련 절차를 받아들였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국제도산 제도가 없다면 당사자가 영국 절차와 별개로 한국에서 다시 회생 혹은 파산 절차를 신청해야만 집행중지효력을 얻는 등 번거로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대 서울회생법원장을 지낸 이경춘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는 "글로벌 기업의 도산은 국제도산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고, 외국법원의 효율적 지원절차의 도움 없이는 그만큼 본절차의 수행에 공백이 생기게 된다"면서 "이번 사례를 통해 서울회생법원이 전 세계적인 대규모 금융기관 도산사건에서도 외국도산절차를 지원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있음이 확인되었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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