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올해 1~6월 33조239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상반기만 놓고 보면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30조3050억원) 규모를 넘는 최대액이다. 회사채 발행은 금융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 지난 5월 이후 급격히 불어났다. 5월 발행금액은 6조215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9% 급증했다. 중국에서 부품 생산작업에 차질을 겪었던 현대자동차가 5월 2016년 이후 4년 만에 6000억원을 조달했다. 이 밖에 기아자동차(4월, 6000억원), SK에너지(4월, 5500억원), 하나금융지주(5월, 5000억원) 등이 대규모 자금조달 행렬에 동참했다.
코로나19로 지갑을 닫은 기관투자가를 유인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높은 가산금리를 제시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인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지난 2분기에 ‘채권평가사 평가금리’(개별민평금리)보다 단순평균 0.32%포인트의 이자를 더 얹어 발행금리를 확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가산금리는 2012년 수요예측 제도 시행 이후 최고 기록이다. 올해 1분기까지는 분기별로 -0.11~0.18%포인트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수요 확보에 실패하는 사례가 줄을 이으면서 2분기 수요예측 경쟁률(모집금액 대비 참여금액)은 2.58 대 1로 2017년 4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다만 가산금리 상승세는 최상위권 신용등급 회사채를 중심으로 6월 이후 꺾이는 분위기다. 이 덕분에 최상위 신용등급(AAA)을 보유한 KT는 6월 17일 국내 회사채 역대 최저인 연 1.174% 금리에 3년 만기 회사채 15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하지만 비우량 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여전히 어렵다. 지난 1분기만 해도 BBB급(신용등급 BBB-~BBB+) 기업은 여덟 곳이 총 584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2분기에는 한양 한 곳만 2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데 그쳤다.
이태호/김진성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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