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이날 성별과 장애, 나이, 성 정체성, 혼인 여부 등에 따른 차별 금지를 명문화한 ‘평등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했다. 2006년 인권위가 국회에 권고한 차별금지법을 평등법이란 명칭으로 바꾼 것이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평등법은 21대 국회의 중요한 입법 과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 평등법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가 국회에 제시한 평등법 시안에는 ‘차별 사유’로 21가지가 규정됐다. 성별이나 나이뿐 아니라 출신 국가, 신체 조건, 혼인 여부, 종교, 학력 등이다. 이런 사유로 고용, 교육 등에서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게 핵심이다. 차별 범위로 괴롭힘, 성희롱, 차별 조장 광고 등도 포함했다.
시안에는 차별 피해에 대한 구제 방안도 담겼다. 차별 피해자 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는 인권위에 진정할 수 있다. 인권위는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하면 사건 소송을 지원할 수 있다. 악의적 차별로 인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을 때 가중적 손해배상(손해액의 3~5배)을 하는 조항도 넣었다. 차별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줄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벌칙 조항도 포함됐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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