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레미콘 공장, 절반 이상 멈췄다

입력 2020-07-01 17:33   수정 2020-07-02 03:44


레미콘 운반비 인상률을 놓고 불거진 제조사와 운반사업자 간 갈등이 ‘레미콘 대란’으로 번지고 있다.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 소속 레미콘운반사업자들이 집단 파업에 나서면서 수도권 일대 137개 레미콘 제조 공장 중 절반 이상이 가동을 멈췄다. 수도권 일대 공사 현장의 마비 사태가 우려된다.

1일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일대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 소속 레미콘운반사업자들은 이날 제조사를 상대로 ‘운임 15% 인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수도권 일대 레미콘운반사업자는 약 9500명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인 5000여 명이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에 가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 관계자는 “레미콘운반사업자들이 집단 운반 거부에 들어가면서 수도권 일대 137개 레미콘 제조사 중 약 110개곳에서 레미콘 출하가 중단됐다”며 “개별 레미콘 제조사들이 인상안을 받아들일 때까지 단체행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 회원 1800여 명은 경기 평택 용인 화성 부천 안양 광주 등 수도권 6개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 레미콘운반사업자는 “우리는 개인사업자로 4대 보험, 퇴직금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데다 대당 1억2000만~1억6000만원에 달하는 믹서 트럭의 유지비용만 월평균 170만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생계유지를 위해 15% 이상의 운반비 인상안이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미콘업체들이 참가한 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은 지난달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레미콘 운반비를 매년 5~6%가량 인상해 왔다”며 “운임을 15% 올려달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밝혔다. 건설경기 침체로 지난달 수도권 레미콘 출하량이 전년 대비 19% 감소한 상황에서 과도한 인상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레미콘운반사업자는 관련법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각 사업자가 레미콘제조사와 직접 운반비 계약을 맺는 구조다. 레미콘운반사업자들은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기 때문에 이들이 벌이는 집단 운반 거부는 ‘불법 파업’이라는 게 레미콘업계의 주장이다.

레미콘은 생산한 지 90분 안에 타설하지 않으면 굳어버려 쓸 수 없게 된다. 레미콘 운반용 믹서 트럭을 대체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레미콘운반사업자의 파업은 곧 건설현장 조업 중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레미콘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공기 지연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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