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부가가치세율을 대폭 인상하기로 하자 곳곳에서 대규모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다.
30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슈퍼마켓, 가구·가전제품 매장 등은 부가세가 오르기 전에 물건을 사 쟁여두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사우디가 7월1일부터 부가세율을 현행 5%에서 15%로 끌어올려서다.
이날 상점에 몰린 이들은 유통기한이 긴 식품이나 대형 전자제품 등을 대거 사들였다. 각 매장은 부가세 인상 전 수요 폭증 특수를 누리기 위해 각종 할인 행사를 열었다. 리야드의 자동차 딜러인 나젬 알로타입은 알자지라에 “그간 자동차 수요가 매우 약했지만, 최근엔 부가세 인상을 앞두고 수요가 일부 살아났다”고 말했다.
금 수요도 급증했다. 부가세 인상에 따라 물가상승률이 커지면서 화폐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한 이들이 늘어서다. 한 금은방 관계자는 알자지라에 "최근 2주간 금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사우디 최대 민간 투자사인 자드와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부가세율이 오르는 7월 한달간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5.7%에 달할 것”이라며 “정부의 부가세율 인상에 따라 올해 물가 상승률 예측치를 기존 1.3%에서 3.0%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 5월 부가세율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타격에다 러시아와의 ‘유가 전쟁’으로 인한 유가 폭락으로 재정적자가 커져 이를 메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올초 60달러선에 거래됐던 최근 브렌트유는 40달러 초반에 손바뀜되고 있다.
국가경제 원유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는 1분기에만 341억 리얄(약 10조9040억원) 규모 재정적자를 봤다. 원유부문 재정수입이 24% 급감한 반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은 크게 늘어서다. 사우디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조치로 경제활동이 급감하면서 비석유부문 재정수입도 줄었다”며 “반면 보건부문 지출과 경기부양책 확대로 인해 예상치 못했던 재정지출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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