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부활》은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 달라진 달러의 위상과 그 이면에 자리한 불안정성 등을 논한다. 1970~1980년대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을 주도한 두 인물이 1992년 집필한 책이다. 2019년 세상을 떠난 폴 볼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교텐 토요오 전 일본 대장성 재무관이 함께 썼다.
저자들에 따르면 브레턴우즈 체제는 태생적으로 ‘달러의 위기’를 잉태하고 있었다. 달러만 금에 고정시켰기 때문에 달러는 ‘20세기의 금’이 됐다. 미국 바깥의 여러 나라는 달러를 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했다. 달러가 미국 밖으로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세계 경제는 화폐 부족으로 인한 성장 저하를 겪게 된다. 결국 브레턴우즈 체제는 구조적으로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를 발생시키는 모순을 만들어냈다. 세계 경제의 원활한 성장과 달러의 안정이 양립할 수 없는 딜레마 속에서 브레턴우즈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후 미국이 선택한 것은 통화정책 완화와 변동환율제였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가운데 통화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갈수록 달러의 불안은 커져만 갔다. 이런 상황에서 1979년 Fed 의장이 된 볼커는 공격적인 통화 긴축 정책을 펼쳤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경기는 더욱 위축되고 만다. 반발이 컸지만 볼커는 인플레이션 퇴치를 중시했다. 그의 선택은 효과를 나타냈다. 1980년 3월 14.8%까지 올랐던 인플레이션은 1983년 3.2%까지 떨어졌다.
이는 미국 장기 호황의 토대가 됐다. 물론 이 책이 쓰인 1992년과 약 30년이 흐른 현재 상황은 다르다. 그러나 볼커의 주장은 지금도 미국과 달러를 둘러싼 세계 경제에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개방된 경제 대국이기는 하지만 갈수록 내부에서 보호주의적 세력과 부딪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재정적 기여를 줄이면서도 지배적인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목표는 장기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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