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美 Fed가 애플 회사채를 사는 이유

입력 2020-07-03 17:10   수정 2020-07-0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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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벅셔해서웨이, 월마트, AT&T, 버라이즌….’

미국 중앙은행(Fed)이 회사채 매입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달 말 공개한 매입 대상 목록에 포함된 기업들이다. 대부분 내로라하는 초우량 기업이다. Fed의 지원이 없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헤쳐나갈 만한 회사들인데도 Fed가 자금을 투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월가는 Fed가 특정 기업이나 산업 등에 치우치지 않고 회사채 시장을 전폭 지원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한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30일 의회 청문회에서 ‘회사채 시장이 (Fed의 발표만으로) 안정됐는데 회사채 매입이 계속 필요하냐’는 질문에 “Fed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Fed는 코로나19가 미국에 대대적으로 확산되던 지난 3월 23일 그동안 금기로 여겨지던 회사채 매입 방안을 전격적으로 발표해 시장을 안정시켰다.

일부에서는 돈이 필요없는 기업까지 Fed가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Fed의 입장은 확고하다. 회사채 시장을 안정시켜 미국 기업들이 낮은 금리로 생존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다. 3월 23일까지 투자등급이었다가 이후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이른바 ‘추락천사(fallen angel)’의 채권까지 매입하기로 한 것은 그 연장선상에서 결정한 일이다.

Fed만이 아니다. 미 의회와 연방정부가 3월 27일 통과시킨 코로나19 구제법(CARES ACT)을 보면 구제책이 기업 중심으로 짜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총 2조3000억달러 규모인 이 법을 자세히 뜯어보면 가계로 가는 돈이 6100억달러인 데 비해 대기업(5250억달러), 항공산업(750억달러), 중소기업(6000억달러) 등 기업을 돕기 위해 쓰는 자금이 그 두 배가량인 1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항공사들과 보잉을 위해선 특별지원금을 따로 책정해놨을 정도다.

특히 이 법안을 통해 Fed에 출자하는 4540억달러는 중소기업을 위한 ‘메인스트리트 대출 프로그램’뿐 아니라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 등의 종잣돈으로 쓰인다. 출자된 돈의 열 배 가까운 금액이 은행 대출을 통해 기업에 뿌려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미국의 부양책 규모는 모두 7조~8조달러로 한 해 국내총생산(GDP)의 30%에 달할 정도로 막대하다.

이처럼 미국의 의회, 정부, 중앙은행 등이 합심해 기업을 돕는 건 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실제 이런 부양책이 시행되면서 지난 4월 14.7%로 치솟았던 실업률은 5월 13.3%, 6월 11.1%로 낮아지고 있다. 기업에 대한 지원이 경제활동 재개와 맞물려 일자리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의회와 정부, 중앙은행의 막대한 지원 속에 회사채 시장이 안정된 덕분에 경기침체 속에서도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투자등급 기업들은 올 상반기 8400억달러를 조달했으며 투기등급 기업들도 1800억달러 규모의 정크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둘 다 기록적인 금액이다. ‘737맥스’ 기종의 연쇄 추락사고로 이번 사태 전부터 어려움을 겪던 보잉이 4월 220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에 성공하면서 정부 지원금을 외면했을 정도다.

한국 정부도 여러 가지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쪽에서는 계속 자금이 부족하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 산하 IBK경제연구소는 5월 27일~6월 9일 중소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코로나19 피해 복구를 위한 정부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받았다는 기업이 9.6%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 항공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액은 자산 대비 7.1%에 그쳐 미국(10%), 독일(21%) 등 다른 나라에 미치지 못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가 세계를 타격하고 있는 시기다. 과감하게 기업을 지원해 우리의 일자리를 지켰으면 한다.
추가 실업급여 주당 600달러 연장될까
미국의 추가 부양책 논의에서 가장 큰 쟁점은 연방정부의 실업급여 지원을 이어갈지 여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추가 부양책과 관련, “일할 수 있는 매우 큰 유인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급여 주당 600달러를 ‘직장 복귀 보너스’로 대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3월 시행된 코로나19 구제법에는 각 주(州)가 실업급여를 주는 기간을 26주에서 39주로 확대하고, 연방정부가 7월 말까지 추가로 주당 600달러를 지급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각 주의 실업급여는 평균 주당 371.88달러(2019년 말 기준)다. 여기에 600달러를 더 받으면 가계소득의 중간값인 936달러(2019년 4분기)보다 더 많다. 헤리티지재단에 따르면 연봉 6만2000달러 이하인 미국인은 지금 실업급여를 받는 게 유리하다. 이 때문에 기업이 일시해고한 직원에게 돌아오라고 해도 복귀하지 않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민주당은 주당 600달러 지급을 내년 초까지 연장하자는 입장인 반면 공화당은 직장복귀 보너스를 추진 중이다. 일터에 복귀하면 주당 450달러를 주는 방안이 그중 하나다. 실업급여보다 근로소득(임금+450달러)이 더 높아지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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