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 달 3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이에 맞서 홍콩에 대한 수출 관련 일부 특혜를 박탈하기 시작했다. 무역전쟁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론 등을 놓고 지속돼온 미·중 충돌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중국 최고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이날 162명 만장일치로 홍콩보안법을 가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홍콩보안법에 서명했다. 7월 1일부터 시행된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하거나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 분열 및 전복 등을 주도한 사람은 최고 종신형에 처해진다. 반(反)중국 인사들이 대거 체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콩의 대표적 민주화 운동가로 체포 대상 1순위로 거론되는 조슈아 웡은 “홍콩 민주화 진영에는 생명의 위협”이라고 말했다. 웡이 비서장으로 있는 데모시스토당 등 홍콩 민주화 단체 세 곳은 이날 해체를 선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 상무부가 홍콩에 적용한 수출 특혜는 4억3270만달러(약 5200억원) 규모다. 미 국무부가 지난해 홍콩에 수출을 허용한 국방물자와 서비스는 총 240만달러(약 29억원)다. 절대 금액으로 보면 크지 않은 규모다. 그러나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홍콩이 수입하는 미국산 제품 중 첨단지식과 관련된 것은 5%밖에 안 되지만 이런 민감한 제품 수입이 중단되면 홍콩이 중국 본토와 비교해 갖고 있는 커다란 장점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특별지위 박탈은 경제활동을 직접적으로 위축시킬 전망이다. 미국은 영국이 1997년 중국에 홍콩을 반환하기 5년 전인 1992년 미국-홍콩 정책법을 제정했다. 업무·관광·교육 등 영주 목적이 아닌 경우 상호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양국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투자협정도 맺었다. 양국 통화의 자유로운 환전을 보장한 덕분에 홍콩 정부는 홍콩달러를 미국 달러당 7.75∼7.85달러에 고정하는 ‘페그제’를 유지해왔다.
이런 특별지위는 홍콩 경제 발전뿐 아니라 미국 기업의 홍콩 진출 원동력으로도 작용했다. 미국 기업들은 인력과 기술 왕래가 자유롭고, 환손실 위험도 없는 홍콩을 아시아 시장 개척의 교두보로 삼았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300여 개 미국 기업이 홍콩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8만5000여 명의 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로 이런 이점이 사라지면 미국 기업의 이탈은 물론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홍콩 지위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는 이미 낮은 세율, 영어구사 능력, 안정적인 법 제도 등 홍콩과 비슷한 조건을 내세워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 수출 기업은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로 무역 환경이 중국 본토와 같아지면 홍콩에 수출하는 물량 대다수를 중국 직수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결제 편의성, 낮은 법인세(16.5%), 간소한 증치세(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 환급 절차 등의 영향으로 중국 업체들은 홍콩에서 일단 반도체 등 제품을 받은 뒤 본토로 보내는 전략을 선호했다. 지난해 반도체 등 319억달러어치 한국 제품이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갔다. 기업들은 미·중 무역분쟁 악화로 글로벌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이 확대되는 것을 더 우려하고 있다.
뉴욕=주용석/베이징=강동균 한국경제신문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② 홍콩보안법 통과에 따른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되면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를 겪고 있는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③ 홍콩의 위상 추락으로 금융허브 역할이 싱가포르, 일본 도쿄 등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서울이 홍콩을 대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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