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계속된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올들어 최대치로 올라섰다. 집값이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패닉 바잉(Panic Buying)', 이른바 공포에 기인한 사재기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하는 한편, '집 사겠다'는 매수자들이 매도자를 훨씬 웃돌고 있다. 집주인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달 부동산 대책이 종합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수차례 예고했지만 시장은 이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결과인 셈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21번째 대책인 6·17대책을 내놓은 후에도 이 같은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6월 아파트거래량은 8529건에 달했다. 올들어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됐던 지난 4월(3021건) 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강남 지역은 물론 노도강, 금관구 등으로 불리는 외곽지역에서 거래가 늘어난 탓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정부가 지난해 12·16 대책을 내놓은 후 내림세를 지속했다. 지난 3월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것을 의미하는 기준치(100)까지 떨어지더니, 5월 둘째 주에는 94.9까지 밀렸다. 하지만 절세용 매물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반등을 시작하더니, 지난달 기준치를 회복하고, 이제는 올 들어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전세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금주 112.1을 기록해, 지난주 110.4 대비 1.7포인트 올랐다. 올해 1월 첫째 주(113.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경우 117.0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금주 100.1을 기록했다. 2017년 7월 말 100.1을 기록한 이후 최근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급보다 수요가 늘어나 3년 만에 집주인 우위의 시장으로 전환됐다.
서울의 경우 상승 폭이 더 컸다. 서울의 6월 아파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29.6으로 전달(92.4)에 비해 무려 37.2포인트가 뛰었다. 이는 아파트값이 급등했던 2018년 9월(133.0)과 근접한 수치다. 강북 지역에서의 전망지수는 130.0이 달했다.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강남 지역 또한 129.1을 기록했다.
수요와 공급 간의 균형 정도를 의미하는 매매수급지수도 급등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서울의 KB 매수우위지수는 149.3을 기록했다. 2018년 9월 이래 최대로 뛰었다. 강북(154.3), 강남(144.9) 또한 마찬가지다.
한편 이러한 시장 분위기는 정치권에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대국민 사과와 함께 근본적인 종합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이 대표는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과 관련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전국적인 집값 폭등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수도권 집값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은 내놓지 않은 채 눈 가리고 아웅만 한다"고 말했다.
서울 반포 아파트를 팔겠다고 발표했다가 충북 청주 아파트로 정정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 김은혜 대변인은 "강남 집값은 떨어지지 않으니 팔지 말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인가"라며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몸소 실천한 진실, 문재인 정부는 서울 집값을 떨어뜨리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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