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화장품·면세점·여행 등 중국 소비 관련 업종은 ‘양치기 소년주(株)’로 불린다. 중국이 ‘한한령(한류 금지령)’을 해제할 것이란 소식이 나오면 주가가 잠시 반등했다가도 곧 실망감에 주저앉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만큼은 중국 관련주에 적절한 매수타이밍이 돌아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미 주가와 실적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 조금의 호재에도 주가가 급반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한령 해제와 소비 회복에 따른 직접적 수혜가 가능한 종목을 고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평가다.
선두주자로 거론되는 건 코스닥시장 상장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스튜디오드래곤이 지난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1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스터선샤인’이 대박을 터뜨린 2018년 3분기 이후 분기 영업이익 기준 최대 규모다. 2분기에 ‘더킹’과 ‘루갈’ ‘도깨비’ ‘나의 아저씨’ 등이 연달아 넷플릭스에 판매됐기 때문이다. 오는 3분기에는 ‘싸이코지만 괜찮아’ ‘청춘기록’ ‘비밀의숲2’ 등 드라마가 방영 편성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한한령 해제로 한국 드라마의 중국 수출이 재개될 경우 실적 회복세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편의점 샛별이’와 ‘저녁 같이 드실래요?’ 등 드라마가 중국판 넷플릭스인 아이치이에 판매되면서 중국 본토에서 방영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에서 동시 방영이 이뤄지면 실적과 주가가 껑충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드라마 제작사인 제이콘텐트리도 중국 OTT에 판매할 콘텐츠 판권을 다수 갖춰 잠재력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제이콘텐트리는 올초 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국내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NEW 역시 국내 영화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 등으로 판로가 확대될 경우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 ‘#살아있다’는 9일 만에 누적 관객 수가 120만 명을 돌파했다.
신한수 한국경제TV 파트너는 웹툰 콘텐츠 업체인 미스터블루를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웹툰 콘텐츠 자체 제작과 유통·서비스를 함께 영위하고 있어 향후 중국의 시장 개방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신 파트너는 “국내 무협 웹툰 ‘4대 천왕’으로 불리는 황성, 야설록, 사마달, 하승남의 지식재산권(IP)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며 “자회사인 블루포션게임즈를 통해 게임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성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수혜주로 상승세를 탔던 게임주도 한한령 해제 가능성에 다시 요동치고 있다. 지난 1일 중국 국가신문출판방송위원회는 웹젠이 보유한 지식재산권(IP)으로 제작된 중국 게임 ‘전민기적2’에 판호(版號·게임서비스 허가권)를 발급했다. 한국 게임회사의 IP를 활용한 게임이 중국에서 판호를 취득한 건 2017년 이후 처음이다. 김 파트너는 “웹젠의 게임 ‘뮤’ IP를 기반으로 한 전민기적2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현식 파트너는 중국계 게임사인 룽투코리아를 유망 종목으로 추천했다.
신학수·김대복·신현식 파트너는 한국화장품제조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한국화장품제조는 ‘더샘’ 등 브랜드를 보유한 한국화장품의 최대주주(지분율 20.0%)다. 색조 화장품에 특화된 종합화장품 회사로 계열사인 더샘인터내셔날을 통해 브랜드숍을 운용하고 있다.
이헌상 파트너는 코로나19 여파로 면세점 매출 등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반등 가능성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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