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인 ‘화성-14형’의 발사 3주년을 지난 4일 기념했다.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무기의 완성을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홍보한 셈이다.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든지 무력도발을 할 수 있다는 대미(對美) 압박성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화성-14형 발사를 재조명하는 기사를 1, 2, 3면에 10건 가까이 실었다. 3년 전 발사에 성공한 날을 가리켜선 ‘7·4 혁명’이라고 했다. 1면에 게재한 ‘최강의 국가방위력을 다진 그 정신으로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진 발전을 가속화하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7·4 혁명은 우리 혁명 발전에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민족사적 대경사”라고도 했다.
노동신문은 화성-14형을 개발 배경에 대해 “적대세력의 정치군사적 압력이 사상 최대에 이르고 야만적인 경제적 압살책동도 가증됨에 따라 적대세력에게 강타를 안기고 국가의 존엄과 인민의 운명을 사수하기 위한 국가방위력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하지 못하면 상갓집 개만도 못한 노예가 되며 존엄을 잃으면 곧 망국과 죽음”이라고도 했다. 미사일 발사가 자위력 확보 차원이었음을 강조한 셈이다.
북한은 2017년 7월 4일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화성-14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같은 달 28일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2차 발사를 감행하는 등 그해 가을까지 각종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었다. 북한은 결국 그해 11월에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한이 ICBM의 완성체에 가까운 화성-14형 발사를 대대적으로 기념한 것은 이례적이다.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열며 한·미와 대화를 이어가던 2018년이나 지난해에는 이 같은 기념을 하지 않았다. 그랬던 북한이 미 독립기념일에 미 영토를 위협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화성-14형 발사를 부각시킨 것은 대미 압박 효과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간주하는 ICBM 발사에 언제든지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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