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의원의 국정원장 발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당안팎의 주요 선거때마다 얽힌 '악연'때문에 일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문 대통령이 국정원장 낙점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장, 통일부장관, 안보실장 등은 역할이 교차하는 부분이 있는데 박 전 의원의 경우 다양한 루트로 이들 자리에 추천이 들어왔고 문 대통령이 국정원장 후보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박 전 의원의 과거 정치권에서의 악연을 우려하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번 인사는 선거때 있었던 과거사보다는 국정과 미래를 생각하겠다는 의미"라며 "박 후보자도 인사발표 후 폐이스북에 충성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느냐"고 일축했다.
박 후보자는 2015년 당 대표 선거에서 문 대통령과 내전을 방불케할 정도로 치열하게 맞붙었다. 2017년 대선에서는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매일 아침 문 대통령을 비판해 '문모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박 전 의원의 발탁은 지난달 17일 청와대에서 전직 통일부장관 등 외교안보분야 원로들과의 오찬 이후 급물살을 탔다. 청와대는 이후 박 전 의원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약 보름여간의 검증기간동안 국정원장 인사검증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 데는 임명 발표 15분전까지 생방송에 출연하면서도 철저히 보안을 지킨 박 전 의원이 1등 공신"이라고 했다. 지난 3일 오후 3시 청와대 인사 발표 직전까지 박 전 의원은 MBC 시사프로그램에 태연히 출연하는 '연막잔전' 펼쳐 발표 이후 주변을 놀라게 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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