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선희 "10월의 서프라이즈? 美와 마주 앉을 필요없어"

입력 2020-07-05 17:36   수정 2020-07-06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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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제3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했다. 북한 외무성은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한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의 물꼬를 틀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협상 방향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려는 압박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사진)은 지난 4일 발표한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사소한 오판이나 헛디딤도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하게 될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조미 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설이 여론화되는 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며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굳이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고 했다.

이날 담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제3차 미·북 정상회담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던 차에 나왔다. 최 제1부상이 담화에서 “그 무슨 ‘10월의 뜻밖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명하면서 우리의 비핵화 조치를 조건부적인 제재 완화와 바꿔먹을 수 있다고 보는 공상가들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 것은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인 ‘화성-14형’ 발사 3주년을 기념한 기사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3개 면에 걸쳐 실었다.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무기의 완성을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홍보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재선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운신의 폭이 좁을 것으로 보고 북한이 이 같은 일련의 행동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건 부장관이 7~9일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측에 오판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자신의 선거용 ‘이벤트’로 활용할 것이라고 경계하고 있다”며 “미국이 만약 자신들과의 대화를 원한다면 ‘알맹이’ 있는 안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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