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로빈후드는 겁없는 불나방?…고위험 '옵션 베팅' 45% 늘었다

입력 2020-07-05 17:37   수정 2020-07-06 01:43

지난달 미국의 한 스무 살 청년이 옵션거래에 손댔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주식 광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네브래스카대 학생인 알렉스 컨스는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를 통해 주식에 첫발을 내디뎠다. 조금씩 수익을 맛본 그는 욕심을 내 옵션투자에 나섰다. 여기서 무려 75만달러(약 9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오인한 그는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목숨을 던졌다. 유가족들은 “이런 비극이 더 일어날 수 있다”며 “젊은이들이 미래를 망치는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션 캐스턴 미 하원의원은 “우리 모두의 자식이 알렉스처럼 될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 사건으로 수수료를 옵션 계약당 1달러 미만으로 낮춰 개인들을 끌어들이고,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 경력을 거짓으로 답해도 걸러내지 않고 옵션 거래를 허용한 로빈후드의 상업성이 도마에 올랐다. 주식투자 앱이 주식거래 공짜 수수료로 고객을 유인한 뒤 옵션 등 파생상품으로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미국에서 옵션거래 급증
올 들어 지난달 23일까지 뉴욕증시의 하루 평균 옵션 거래량은 2815만 계약으로 지난해(1944만 계약)보다 44.8% 급증했다. 개인투자자가 공격적으로 옵션 투자에 뛰어든 결과라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S&P500 편입 종목 기준 2000달러 미만 소액 주식 투자 비중은 지난해 초(3%)보다 두 배 이상 급증한 7%가 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등락 장세에서 수익을 거둔 개인투자자들이 ‘대박’을 꿈꾸며 고위험 상품인 옵션에까지 진출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는 일정 금액(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주식 등을 나중에 정해진 가격으로 사거나 팔 권리(옵션)를 갖게 된다. 투자자의 예상대로 주가 등이 움직이면 비교적 소액을 투자하고도 상당한 차익을 거둘 수 있다. 투자자의 생각과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면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파생상품 거래에 나서는 개인투자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S&P500 편입 상장사 주가 향방에 베팅할 수 있는 옵션을 1계약(계약당 100주)씩 소액으로 거래한 비중은 지난해 1월 9%에서 지난달 12%로 늘어났다. 특히 전기차업체 테슬라 등 인기 주식의 옵션 매매량에서 단일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수준일 정도로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골드만삭스는 “개인들이 옵션 가격을 올리고, 그 결과 옵션 투자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고 경고했다.
“투자 실패로 외상후스트레스 가능성”
앤드루 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최근 주식·옵션 거래 행태가 비디오게임과 비슷해졌다고 지적하며 “투자 경험이 충분치 않은 젊은이들은 정신적 충격이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로 교수는 “초보 투자자가 큰 손실을 봤을 때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까지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옵션 투자를 경험한 개인들이 비트코인 등에도 손을 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적으로 개인투자자가 급증하면서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사회적으로도 큰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2~4월 신규 개설된 온라인 주식거래 계좌가 82만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인도,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도 주식거래 계좌 신규 개설 건수가 급증했다. 태국에서는 올 들어 5월까지 14만6250명이 신규 계좌를 개설했다. 지난해 전체 개설 건수보다 많다. 필리핀 증권사인 AAA 사우스이스트 에쿼티즈에 따르면 3월부터 지난달까지 개설된 온라인 계좌는 과거보다 2~3배 급증했다. 인도의 신규 계좌 개설 건수는 3월부터 지난달까지 180만 개를 기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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