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SK바이오팜 ‘로또’ vs 정크본드 ‘신음’

입력 2020-07-06 08:41   수정 2020-07-06 08:43

≪이 기사는 07월06일(08:3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SK바이오팜 주식을 사려고 1조원대 매수대기 물량을 쌓아둔 투자자들은 회사의 내용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을까요.

어쩌면 상당수는 회사가 무슨 일을 하든 관심조차 없을지도 모릅니다. 고성장 잠재력을 지닌 주식이라면 뭉칫돈이 끊임없이 몰리는 분위기에 올라타는 게 목적이라면 말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출렁이는 시장에서 인생을 바꿀 ‘로또’를 찾는 데 혈안인 것 같습니다. SK바이오팜은 올해 1분기에만 65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 3월 말까지 완전자본잠식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에게 그런 숫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앞서 다수의 유명 바이오주가 공모가의 몇 배씩 오르며 거듭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로 낮추면서 더 많은 대출을 자극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자산시장 곳곳에 나타는 거품의 신호도 눈여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주 미국의 고위험 회사채시장에선 기록적인 매물이 쏟아졌는데요. 최근 채권 값이 많이 올랐던 만큼 이익실현 차원도 있겠지만, 실물경기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두려움을 반영한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고수익채권은 경기에 가장 민감한 시장입니다. 말하자면 꿈을 먹고 자라는 일부 자산의 가격, 그리고 실물경기 악화 우려가 동시에 높아지는 혼란스러운 상황인 셈입니다.

시장정보업체 리피티브리퍼에 따르면 미국 고수익(High-yield) 채권시장에선 지난 1일까지 1주일 동안 55억5000만달러(약 6조6000억원)가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네 번째로 큰 주간 자금유출로, 지난주 유출금액 약 9000만달러의 50배를 웃돕니다.

고수익 채권의 부진은 한국에선 더욱 심각합니다. 지난 2분기 한국 회사채시장에서 신용등급 ‘BBB급(투자적격의 최하단)’ 회사채 발행은 단 한 건에 그쳤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회사채시장을 활용했던 많은 기업들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뜻입니다.

경기가 악화한다고 해서 유동성으로 밀어올린 자산가격도 따라 하락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런 상황은 일부 종목의 과도한 상승을 바라보는 마음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언젠가 풀려나간 유동성을 다시 감아올려야 할 때 충격을 배가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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