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반도체 시장이 암흑기에 접어든 건 2018년 하반기부터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 등 수요 위축에 공급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면서 낸드 가격은 지난해 2월에만 7% 가까이 추락하기도 했다. 세계 1위 삼성전자를 제외한 업체들은 ‘적자의 늪’에 빠졌다. 견디다 못한 낸드 업체들은 지난해 7월부터 ‘생산공정 효율화’(삼성전자)와 ‘웨이퍼투입량 조절’(SK하이닉스)에 나섰다. 사실상의 감산(減産)이었다.
최근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서버 SSD(낸드플래시를 이용해 만드는 저장장치)와 노트북 수요가 커지며 낸드 가격은 2018년 말 수준(4.68달러)을 회복했다. ‘플레이스테이션 5’ 등 게임 콘솔의 올해 말 출시를 앞둔 3분기에도 낸드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업계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낸드가 다시 복덩이가 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2018년 정점을 찍고 위축됐던 낸드 시장의 회복은 SSD 영향이 크다. SSD는 낸드로 만든 데이터저장장치로 서버, PC, 게임 콘솔 등에 활용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낸드 매출 중 SSD 비중은 42.6%, SK하이닉스는 19.9%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올초부터 SSD 비중을 늘려 지난 1분기 기준 비중을 약 40%로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5세대(5G) 이동통신 확대와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데이터 사용량이 늘면서 올 상반기 구글 아마존 등의 서버용 SSD 수요는 급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SSD 수출액은 지난 1월 이후 6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씩 늘었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론 한국의 SSD 수출(23억7497만달러)이 대만(20억3656만달러)을 누르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플레이스테이션 5의 SSD 용량은 825GB(기가바이트), 엑스박스는 1TB(테라바이트, 1000GB)다. 스마트폰 한 대에 들어가는 낸드 평균 용량(120GB) 대비 7배 이상 많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플레이스테이션 판매량을 1600만 대, 엑스박스는 500만 대로 추산하면 스마트폰 1억5000만 대가 판매되는 것과 비슷하다”며 “낸드 수요가 2019년 대비 5.8%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오는 3분기엔 8분기 만에 낸드사업에서 흑자 전환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도 낸드와 SSD 수요는 증가할 전망이다. ‘5G 스마트기기 사용량 증가→데이터 처리 용량 증가→데이터센터 건설 확대→데이터센터 서버용 SSD 수요 증대’의 선순환이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서버업체가 요구하는 SSD 용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며 “모바일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더라도 하반기 낸드 시장 수급 상황은 우호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드 시장 점유율 세계 1위(1분기 기준 33.3%)인 삼성전자는 지난 6월 8조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결정했다. SSD 대중화를 위해 일반 소비자도 어렵지 않게 활용할 수 있는 ‘870 QVO’ 등과 같은 신제품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 이 제품은 4비트 낸드를 사용하면서도 독자 개발한 SSD 컨트롤러와 소프트웨어 등으로 성능을 끌어올린 것이 장점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선보인 128단 4D 낸드 제품 비중을 높여 현재 5위 수준인 세계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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