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6·17 대책까지 총 21번의 부동산 안정책을 내놨지만 집값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대대적인 세금인상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주택관련 세금을 징벌적으로 높이는 것은 집을 사고파는 사람을 모두 투기꾼으로 간주하는 것이라는 반발 여론이 거세다.
정부가 징벌적 처벌을 내리려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사고를 계기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중대 산업재해는 기업주에게 징벌적 과징금을 매기고 형사처벌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벤처기업의 기술을 유용한 대기업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를 현행 손해액의 3배에서 10배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여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도 징벌적 처벌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어제 “개인의 방역의무 위반행위에 대해선 징벌적 과태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정책 목적을 위해 위법 행위자를 처벌할 수는 있다. 그러나 처벌 수위가 일반의 상식을 넘는 징벌적 응징이어선 곤란하다.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 경제행위나 과실(過失)에 따른 문제를 징벌로 다스리면 시장은 움츠러들어 민간의 경제활력을 위축시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투기꾼을 잡겠다며 주택 양도세를 징벌적으로 올리면 매물이 줄어 집값과 전셋값이 뛰게 마련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등은 민법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시장의 공정한 규칙을 정하고 참가자들이 이를 잘 지키도록 유도하는 감시자 역할에 그쳐야 한다. 물론 악의적·의도적으로 위법을 저지르고 시장질서에 심각한 폐해를 끼친 자는 법이 정한 범위에서 엄벌할 필요도 있다. 그 경우에도 징벌을 남발해선 안 된다. 징벌보다는 자발적 유인(誘因)을 제공하는 정책이 훨씬 효과적일 때가 많다. 그래야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살리면서 경제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시장경제를 원활히 돌아가게 하는 데는 채찍만이 아니라 당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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