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1주택자 종부세·양도세 더 올린다

입력 2020-07-06 17:39   수정 2020-10-06 18:27


정부가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더 물릴 방침이다. 더불어 2주택자와 3주택자의 취득세율을 올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가 정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부동산 관련 세금을 무차별적으로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일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 관련 3대 세제인 종부세와 양도세, 취득세를 모두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종부세는 세율 인상과 과세표준 조정을 통해 세 부담을 늘린다. 특히 ‘똘똘한 한 채’에 대한 투기 수요를 감안해 1주택자도 세 부담을 강화하기로 했다.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종부세 최고세율은 2.7%에서 3.0% 이상으로 올릴 방침이다. 양도세는 2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세율 인상과 1주택자의 장기보유공제 요건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역시 1주택자도 세 부담 강화를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취득세는 2주택자와 3주택자를 중과하는 세율을 새로 마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부동산 취득세율은 기본세율이 1~3%이고 4주택자에겐 4%를 적용하고 있다. 이를 2주택자 4%, 3주택자 6%, 4주택자 8% 등의 구조로 개편해 다주택자 전반에 대한 세 부담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최고세율을 싱가포르처럼 10% 이상으로 할지, 그 이하로 할지는 부처 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부동산 증세 움직임이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의 부동산 세 부담은 이미 세계 최상위권인 데다 그간 세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해도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세수입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취득세 등 거래세 징수액(증권거래세 제외)은 27조5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51%였다. 2위인 벨기에(1.09%)보다 크게 높은 1위다. 2018년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0.88%로, OECD 평균(1.06%)보다 낮지만 작년 종부세 인상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이후 OECD 평균과 거의 비슷해졌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부동산 세금 지금도 OECD 최고 수준인데…더 올리겠다는 정부
“한국의 부동산 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보유세는 낮고 거래세는 높다. 보유세를 높이되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개월 전인 작년 12월 한 말이다. 부동산 세제가 왜곡돼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올 1월 대표적 거래세인 부동산 취득세 최고세율(교육세·농어촌특별세 포함)을 3.4%에서 4.6%로 되레 올렸다. 이게 끝이 아니다. 지난달 내놓은 ‘6·17 대책’ 등 스물한 번의 대책으로도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자 부동산 세금 증액 등을 골자로 한 추가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주택을 사는 단계에서의 취득세, 보유 단계에서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파는 단계에서의 양도세 등을 무차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세 세계 최상위
홍 부총리의 언급대로 한국의 부동산 거래세 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조세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거래세 징수액은 35조9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01%에 달했다. 2위 벨기에(1.09%)를 큰 차이로 웃돌았다. 이 통계에는 증권거래세(8조4000억원)도 섞여 있긴 하다. 하지만 증권거래세를 빼도 GDP의 1.51%에 이르러 순위에 변동이 없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OECD 회원국 간 통계 차이 등을 감안해도 한국의 부동산 거래세가 세계 최고인 것은 변함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부동산 취득가의 1~4%를 취득세로 부과한다. 영국, 미국 등은 일정 가격 이하 부동산은 비과세인 반면 한국은 무조건 취득세를 매긴다. 농특세 등을 감안한 최고세율(4.6%)도 캐나다(1.3%), 독일(3.5%) 등 주요국보다 높다. 또 다른 거래세인 부동산 양도세 부담도 큰 편이다. 양도세 수입은 신뢰할 만한 국제 통계가 없지만 최고세율만 따지면 한국은 62%에 이른다. 영국(28%), 미국(37%), 프랑스(42%)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지금까지 OECD 회원국과 비교했을 때 낮은 편이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수입은 2018년 15조6000억원으로 GDP의 0.88%였다. 통계가 집계된 OECD 32개국 가운데 15위다. OECD 평균(1.06%)보다도 다소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엔 한국의 보유세도 OECD 평균과 거의 비슷해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OECD 보유세 부담은 2016년 1.10%, 2017년 1.09%, 2018년 1.06% 등 하락하는 추세인데 한국은 작년부터 보유세를 크게 올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종부세율을 0.5~2.0%에서 0.6~3.2%로 올렸다. 보유세 납부액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80%에서 85%로 올렸다.
“부동산 거래세 낮춰야”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내놓을 추가 부동산 대책에서 다주택자 중심으로 부동산 세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6일 “지난해 ‘12·16 대책’과 지난달 ‘6·17 대책’의 후속 입법을 빠르게 추진해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종부세율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추가 대책의 골격을 ‘12·16 대책+α’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 강화지만 그 여파로 1주택자의 세부담이 높아지게 된다. 한마디로 ‘전방위 부동산 증세’라는 얘기다.

당장 2주택자를 포함한 다주택자의 취득세율 인상, 3주택자의 양도세 최고세율을 62%에서 70~80%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 등 ‘징벌적 과세’가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묻지마 증세’는 집값 안정화는커녕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한국의 거래세 부담은 OECD 국가 최상위인데 이를 더 강화하겠다는 건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보유세를 높이면 최소한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다주택자가 집을 팔 유인이 사라지고 거래 절벽 현상과 집값 급등만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준/김소현/강진규/정인설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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