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더 물릴 방침이다. 더불어 2주택자와 3주택자의 취득세율을 올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가 정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부동산 관련 세금을 무차별적으로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일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 관련 3대 세제인 종부세와 양도세, 취득세를 모두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종부세는 세율 인상과 과세표준 조정을 통해 세 부담을 늘린다. 특히 ‘똘똘한 한 채’에 대한 투기 수요를 감안해 1주택자도 세 부담을 강화하기로 했다.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종부세 최고세율은 2.7%에서 3.0% 이상으로 올릴 방침이다. 양도세는 2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세율 인상과 1주택자의 장기보유공제 요건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역시 1주택자도 세 부담 강화를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취득세는 2주택자와 3주택자를 중과하는 세율을 새로 마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부동산 취득세율은 기본세율이 1~3%이고 4주택자에겐 4%를 적용하고 있다. 이를 2주택자 4%, 3주택자 6%, 4주택자 8% 등의 구조로 개편해 다주택자 전반에 대한 세 부담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최고세율을 싱가포르처럼 10% 이상으로 할지, 그 이하로 할지는 부처 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부동산 증세 움직임이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의 부동산 세 부담은 이미 세계 최상위권인 데다 그간 세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해도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세수입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취득세 등 거래세 징수액(증권거래세 제외)은 27조5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51%였다. 2위인 벨기에(1.09%)보다 크게 높은 1위다. 2018년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0.88%로, OECD 평균(1.06%)보다 낮지만 작년 종부세 인상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이후 OECD 평균과 거의 비슷해졌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개월 전인 작년 12월 한 말이다. 부동산 세제가 왜곡돼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올 1월 대표적 거래세인 부동산 취득세 최고세율(교육세·농어촌특별세 포함)을 3.4%에서 4.6%로 되레 올렸다. 이게 끝이 아니다. 지난달 내놓은 ‘6·17 대책’ 등 스물한 번의 대책으로도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자 부동산 세금 증액 등을 골자로 한 추가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주택을 사는 단계에서의 취득세, 보유 단계에서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파는 단계에서의 양도세 등을 무차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부동산 취득가의 1~4%를 취득세로 부과한다. 영국, 미국 등은 일정 가격 이하 부동산은 비과세인 반면 한국은 무조건 취득세를 매긴다. 농특세 등을 감안한 최고세율(4.6%)도 캐나다(1.3%), 독일(3.5%) 등 주요국보다 높다. 또 다른 거래세인 부동산 양도세 부담도 큰 편이다. 양도세 수입은 신뢰할 만한 국제 통계가 없지만 최고세율만 따지면 한국은 62%에 이른다. 영국(28%), 미국(37%), 프랑스(42%)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지금까지 OECD 회원국과 비교했을 때 낮은 편이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수입은 2018년 15조6000억원으로 GDP의 0.88%였다. 통계가 집계된 OECD 32개국 가운데 15위다. OECD 평균(1.06%)보다도 다소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엔 한국의 보유세도 OECD 평균과 거의 비슷해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OECD 보유세 부담은 2016년 1.10%, 2017년 1.09%, 2018년 1.06% 등 하락하는 추세인데 한국은 작년부터 보유세를 크게 올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종부세율을 0.5~2.0%에서 0.6~3.2%로 올렸다. 보유세 납부액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80%에서 85%로 올렸다.
당장 2주택자를 포함한 다주택자의 취득세율 인상, 3주택자의 양도세 최고세율을 62%에서 70~80%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 등 ‘징벌적 과세’가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묻지마 증세’는 집값 안정화는커녕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한국의 거래세 부담은 OECD 국가 최상위인데 이를 더 강화하겠다는 건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보유세를 높이면 최소한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다주택자가 집을 팔 유인이 사라지고 거래 절벽 현상과 집값 급등만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준/김소현/강진규/정인설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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