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가격의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는데요. 강남 아파트를 보유한 자산가보다 더 표정 관리에 애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각종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0여년 만에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는 중대형 주택건설사 오너들입니다.
단적인 예로 비상장사인 반도홀딩스는 2017년 이후 3개년 동안 무려 1조3082억원의 누적 연결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직전 3개년 6473억원의 두 배를 웃도는 이익입니다. 반도건설 등을 거느린 반도홀딩스 지분은 권홍사 회장 일가가 99.7%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급증한 이익의 일부는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한진칼 지분 매입 재원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같은 비상장사인 호반건설과 한양은 같은 기간 누적 영업이익이 각각 9209억원, 3524억원으로 불어났는데요. 수익성 개선에 탄력을 받아 현재 증권사들과 기업공개(IPO)를 협의 중입니다. 호반건설 지분의 92.8%는 김상열 회장과 특수관계인 소유입니다. 한양의 지분도 이기승 회장의 투자회사 등이 대부분 보유하고 있습니다.
상장사인 태영건설과 한신공영 역시 작년까지 3개년 누적 영업이익으로 각각 1조1658억원과 4723억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유명 브랜드 아파트를 짓는 대림산업, GS건설, 롯데건설, 한화건설, 포스코건설도 재무제표가 크게 건실해졌고요. 신용등급을 보유한 이들 일곱 개 건설사는 모두 2019년 이후 ‘신용등급 상향’이라는 큰 기쁨을 맛봤습니다.
자체사업의 강자 현대산업개발은 2017년 한 해 646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요. 그 덕에 같은 해 신용등급을 ‘A+’로 올려받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작년 건설업만큼 신용이 좋아진 업종이 또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건설업종을 제외한 주요 업종은 전반적으로 하향 추세였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평가대상 370여 기업 가운데 작년 등급 상향은 13개사였고, 이중 4개사가 건설사였습니다. 신용이 떨어진 기업은 간판 수출업체인 LG디스플레이와 기아자동차를 포함해 모두 17개사였습니다.
한국 전통 산업 가운데는 건설업만 호황이었던 셈입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