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은 미국과 유럽에서 가전유통 매장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한 지난 6월이었다. 억눌렸던 소비가 터지는 시점에 맞춰 이뤄진 마케팅과 물량 공세로 수요를 쓸어담는 데 성공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를 계기로 LG전자가 글로벌 생활가전업계 1위를 굳혀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력 제품인 생활가전이 제몫을 다했다는 평가다. LG전자에서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13.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지난 1분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의류청정기를 필두로 한 ‘신(新)가전’이 실적 선방의 한 요인이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TV 분야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OLED TV, 나노셀 TV 등 프리미엄급 제품이 꾸준히 팔리면서 이익을 방어했다.
스마트폰과 전장사업에선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부문에선 영업손실이 발생했지만 그 폭은 전년 동기보다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신제품 스마트폰 ‘벨벳’이 미국 유럽 등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결과다. 전장사업은 적자 폭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완성차 업체들의 셧다운이 잇따르면서 매출과 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LG전자와 월풀의 격차는 2분기 더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이 심했던 북미 사업 비중 차이가 실적 격차로 이어졌다. LG전자 H&A사업본부의 지난해 북미 시장 매출 비중은 24%다. 월풀은 56%나 된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북미 시장 위축에 따른 영향을 월풀이 훨씬 더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2분기, 그중에서도 6월부터 미국 시장에서 월풀을 압도하고 있다. LG전자는 특히 6월 중순부터 2주간 이어진 독립기념일 프로모션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90% 이상 급증했다. 코로나19로 가전제품 구매를 미뤄왔던 현지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4~5월 매출 손실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는 설명이다. 3월 말부터 대부분의 점포를 폐쇄한 미국 최대 가전유통업체 베스트바이는 5월 말부터 매장을 재개장하기 시작해 지금은 약 800곳에서 영업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6월 판촉전에서 유연한 글로벌 SCM(공급망 관리)의 덕을 톡톡히 봤다”며 “제품 구색과 물량에서 셧다운 여파에 시달리고 있는 월풀 등 경쟁 업체들을 압도했다”고 설명했다.
‘새 공장’ 효과도 있었다. LG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초기에 미국 테네시주에 세탁기 공장을 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세이프 가드(특정 품목 수입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공장은 최신 자동화 설비를 갖춰 코로나19 셧다운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크지 않았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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