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최근 지분율 5% 이상인 기업 가운데 현대중공업지주, 현대글로비스, CJ제일제당, 미래에셋대우, 고려아연, 영원무역홀딩스 등 16개사의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정부는 연초에 기관투자가가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해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정관 변경, 이사 해임 요구 등 주주활동을 하려면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꾸도록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고쳤다. 이 기준에 따라 국민연금은 지난 2월 지분율 5% 이상인 56개사에 대해 일괄적으로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꿨다. 국민연금은 여기에 더해 약 4개월 만에 16개사를 추가로 일반투자 리스트에 올렸다.
시행령 개정에 맞춰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등 상위 기구 차원에서 비공개대화 등 주주활동에 나서거나 이를 검토할 경우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꾸고 있다. 즉 일반투자로의 보유목적 변경은 국민연금이 해당 기업에 대해 어떤 이유로든 주주활동을 위한 초기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는 ‘신호’인 셈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일반투자로 목적을 변경한 것은 일단 초기적 단계의 주주활동 검토에 들어갔다는 뜻”이라며 “구체적인 보유목적 변경 사유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업계는 일반투자로 목적이 바뀐 일부 기업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슈가 있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대상 선정 기준에는 국민연금이 자체 측정한 ESG평가 등급이 2등급 이상 하락했거나 낮은 기업이 포함된다. 구체적으로 ‘환경’은 기업의 탄소배출 및 에너지소비량 저감 노력, ‘사회’는 기업의 고용규모 및 공정거래(하도급) 문제를 다룬다. 지배구조는 이사회의 구조나 배당 수준 등을 포괄한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일반투자로 목적을 바꾼 기업을 살펴보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결정을 받았거나 노사 갈등, 환경오염 이슈 등과 연관된 기업이 일부 포함돼 있다”며 “향후 국민연금이 해당 기업을 상대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일반투자 대상 기업 확대로 국민연금의 일반투자 대상 기업 수는 총 72개로 늘었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상장사 313곳 중 22.5%에 해당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마련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최근 하부 지침에 반영하며 코로나19로 지연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 원칙) 후속 조치에 나서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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