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값보다 증세, 증세보다 정치인가

입력 2020-07-07 17:49   수정 2020-07-0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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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마련 중인 정부와 여당이 ‘세금폭탄’ 투하로 기울고 있어 벌써부터 시장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공급확대와 투기성 주택보유자에 대한 부담 강화라는 두 가지 정책방향 중 공급 확대는 뒤로 밀리고, 과세강화 방안만 쏟아지고 있어서다. 이런 식으로 대책이 확정될 경우 매물잠김 현상이 심화돼 집값과 전셋값 모두 더 불안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 대통령의 공급 확대 주문이 있었던 만큼 정부·여당이 마냥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3기 신도시의 공급물량 확대는 집값 안정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서울시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력히 반대해 엇박자만 내고 있다.

대신 당·정은 강력한 과세 강화로 기울고 있다. 한국의 부동산 세부담이 세계 최고수준인 현실을 무시한 채 주택을 사고(취득세), 보유하고(재산세·종합부동산세), 파는(양도소득세) 모든 단계에서 수요자 부담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총선 전 완화를 검토한다던 1주택자 종부세는 최고세율을 3%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양도세는 2년 미만 보유 주택의 세율 인상과 1주택의 장기보유 공제 축소안이 검토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취득세다. 정세균 총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잇따라 ‘싱가포르 모델’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대폭 인상 가능성이 점쳐진다. 싱가포르에선 1주택 실수요자에게 낮은 취득세(1~4%)를 부과하지만, 다주택자에게는 최고 15%를 물린다. 일각에선 영국식 부유세까지 거론한다. 세계 각국의 부동산 세제 중 최고세율을 총동원하겠다는 태세다.

앞선 21번의 대책이 모두 실패로 끝났는데도 정부가 ‘똑같은 사람, 똑같은 대책’을 고집하는 것을 보면 ‘진짜 목적은 집값 안정보다 증세’라는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더 강력한 세금폭탄을 검토 중이라니,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정부가 무주택자와 다주택자를 갈라치기하는 ‘부동산 정치’를 한다”는 비판 글이 쏟아진다. 각종 세제혜택을 주며 임대사업 등록을 적극 권장하던 정부가 정책실패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임대사업자를 ‘꽃길을 걸어온 투기꾼’ 취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진짜 의도가 선거 표라는 말까지 나온다. 집값을 잡는 게 아니라 서민의 내집마련 꿈과 더 나은 집에서 살고싶은 소망을 때려잡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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