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살인의 추억' 택시기사 항소심도 무죄…재판부 "증거 부족"

11년 전 제주에서 일어난 보육교사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주 형사1부(재판장 왕정옥)는 피의자인 택시기사 박모(51)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는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11년 전인 2009년 2월 1일 자신이 몰던 택시에 탄 승객 A(보육교사, 당시 27·여)씨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지난해 7월 11일 1심 선고공판 이후 항소심에서도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법한 압수를 통해 수집된 피의자의 청바지 뿐만 아니라 이를 기초한 2차적 증거에 해당하는 미세섬유 증거와 그 분석자료도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며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상호접촉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동물털과 미세섬유 및 이 사건 택시의 운행경로에 관한 CCTV 영상 등의 증거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됨에도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번에도 증거가 확실치 않다며 "동물털, 미세섬유증거 및 CCTV영상과 그 분석결과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사실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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