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드림株 부상이 불편한 닷컴버블 세대

입력 2020-07-09 10:49   수정 2020-08-25 08:47

≪이 기사는 07월09일(07:1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어휴~ 다들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최근 여의도 증권사 임원들을 만나면 종종 듣는 말입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직후 공모가의 네 배 이상으로 급등한 SK바이오팜과 시가총액 3위로 떠오른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자동차보다 비싸진 카카오 등 ‘드림(dream) 주’를 이야기하면서입니다. ‘고성장의 꿈’ 말고는 최근 두 달 동안의 기업가치 급등을 달리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동학 개미’란 별칭을 얻은 많은 용감한 개인투자자는 순이익에 기반한 PER(price earning ratio)과 같은 옛 기업가치 평가 방식에 집착하지 않는 듯합니다. 일부는 꿈을 얼마나 담고 있는지 PDR(price to dream ratio)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증권사 대부분은 여전히 드림주의 추가적인 상승 동력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분위기입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2일 주당 80만원을 돌파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주가는 지난 4월 66만원에서 멈춰 있습니다. SK바이오팜 목표주가는 상장 직전에 제시한 11만원이 마지막입니다. 최근 거래가격의 절반 수준입니다.

증권사들이 더 공격적으로 목표주가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1999년부터 2000년 초 정점을 찍은 닷컴버블의 기억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보기술(IT) 버블 또는 인터넷 버블로도 불리는 당시 코스닥시장의 폭등은 수많은 투자자에게 짧은 환희와 긴 고통을 안겼습니다.

지금처럼 저금리가 촉발했던 코스닥시장의 급등은 1999년 봄에 시작해 2000년 3월 정점을 찍었습니다. 코스닥지수는 지금의 세 배를 웃도는 2834.40까지 치솟았습니다.

기업가치 평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금의 주장은 그 때도 있었습니다. 코스닥지수가 2600선을 돌파하며 연초 대비 650% 올랐던 1999년 12월 11일자 한국경제신문의 한 기사(사진) 제목은 ‘코스닥 거품인가…새 패러다임인가’였습니다. 정답은 거품이었지만, ‘거품은 터지고 난 뒤에야 알 수 있다’는 격언처럼 당시엔 누고도 자신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코스닥시장의 갑작스런 붕괴는 공격적인 개인투자자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가총액은 1999년 말 99조원에서 2000년 말 29조원으로 급감했습니다. 불과 1년 만에 투자자들의 자산 70조원이 증발했습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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