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반쪽짜리로 전락한 국내 채권시장…사라지는 BBB급 회사채

입력 2020-07-09 14:54  

≪이 기사는 07월09일(14:5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채권시장이 반쪽짜리로 전락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우량 채권들만 소화되면서 채권시장의 '허리'라고 불리는 BBB급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멈춰 섰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데다 사모펀드 등에 쏠림 현상만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9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채권시장에서 BBB급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경우 전체의 약 35%, 미국은 40% 안팎을 BBB급 회사채가 차지하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BBB급 회사채가 자리를 잡지 못하다 보니 그 아랫단인 BB급 이하 시장까지 동시에 사라지고 있다.

국내에서 투기등급으로 분류되는 BB급 이하 회사채 비중은 2000년대 초반까진 30%를 웃돌았다. 지금은 정책금융 수요 등으로 간신히 1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 격차도 크다. BBB급 회사채 금리는 2007년 전까지는 A급의 1배 초반 수준이었다. 최근엔 3배까지 벌어졌다. 저금리 고착화에도 불구하고 금리 차가 4%포인트 이상 벌어져 있다.

최우석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의 실적이 양극화하면서 다수의 BBB급 기업이 A급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BBB급 기업 수가 감소했다"며 "일부 BBB급 기업의 부도 이후 기관투자가들이 내부 지침을 통해 BBB급 이하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는 것도 금리 격차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BBB급 회사채가 사라지면서 바로 위 등급인 A급 시장마저 불안해졌다. 국내외 환경 변화에 바로 노출되고 있는 탓이다. 최 본부장은 "완충해줄 BBB급이 없으니 기관투자가들이 A급까지 기피하고 있다"며 "금리가 회복되지 않으니 발행도 부진해져 A급 시장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에서 BBB급이 자취를 감추면서 국내에서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금도 갈 곳을 잃었다. 우량 채권은 투자 수익률이 너무 낮은데 위험을 감수하려고 해도 BBB급 회사채가 시장에 등장하지 않고 있어서다. 결국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금은 사모펀드, 파생혼합형 금융상품, 해외 부동산 등에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최 본부장은 "국내에서는 A급 이상 대기업만 직접금융시장의 혜택을 보고 있다"며 "국내 기업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BBB급 이하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그리고 벤처기업에 직접금융시장 창구는 막혀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채권시장 정상화, 기업자금 조달 활성화, 경제 체력 강화를 위해 BBB급 채권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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