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증권 '온라인 금융상품권' 불티나게 팔린 까닭은

입력 2020-07-09 17:26   수정 2020-07-10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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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의 ‘온라인 금융상품권’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주식 계좌에 등록하면 권면에 적힌 금액만큼 입금되고 국내외 주식, 채권, 펀드 등 각종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이 상품권은 올 3월 출시된 지 4개월 만에 20만 장이 팔려나갔다. 5만원권 1종으로 100억원어치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판매한 지난 6일에는 전체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당초 이틀 동안 판매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오전 준비한 수량인 2만 장이 모두 팔려나가면서 조기 품절 사태를 빚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예상치 못한 인기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상품권 구매자는 한국투자증권의 뱅키스 계좌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다른 증권사들도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올해까진 특허를 보유한 한국투자증권만 금융상품권을 독점 발행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 어음이나 해외 주식을 1주 미만으로 ‘소수점 매매’하는 서비스 등 자사 특화 상품과 금융상품권을 결합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톡, 11번가 이외 다른 채널로도 판매를 확대하고 실물 카드를 제작하는 등 오프라인 판매에 나서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구매자 연령대는 30~40대가 72%, 20대가 20%를 차지했다. 구매자의 80% 이상이 주식 거래에 사용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스마트 개미 운동’ 열풍으로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것 같다”며 “구매가 편리하고 선물했을 때 교육적 의미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금융상품권이 인기를 끈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카드 실적쌓기 용도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체리피커(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서 실속만 챙기는 소비자)들은 카드사 할인과 쇼핑몰 쿠폰을 활용해 5~10%가량 저렴한 가격에 상품권을 구입한 뒤 현금화하고 있다. 신규 계좌 개설 시 특판 어음 가입이나 주식 지급 혜택을 누릴 수 있고 경품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어 일석삼조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1원 이상 금융상품을 매수했을 때만 잔여 금액을 출금할 수 있도록 사용 정관을 바꿨다. 금융상품권 구입 후 바로 현금화하는 고객을 막기 위해서다. 또 투자를 하지 않으면 등록일로부터 30일 내에 출금할 수 없도록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다른 상품권과 마찬가지로 금융상품권의 사용처를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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