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아파트 임대사업에 한해 혜택을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임대사업자가 집값을 끌어올린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파트가 아닌 빌라나 다가구 주택 등은 ‘투기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아파트 임대사업자는 소급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신 4년(단기) 또는 8년(장기)인 의무임대 기간이 끝나면 혜택을 없애기로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소급 적용할 경우 정책의 신뢰성을 해칠 수 있다”며 “임대사업 등록 때 정한 의무임대 기간 내 혜택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아파트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임대차 시장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공급 위축으로 전세 시장의 불안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직접 나서 장려하던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1994년 도입된 임대등록제도는 문재인 정부 들어 다주택자를 관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됐다. 김 장관은 2017년 ‘8·2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청와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 금융 혜택을 준다”며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라”고 권유했다. 국토부는 “임대등록 세제 혜택을 줬다가 뺏는다”는 지적에 대해 “현 정부에서 혜택을 신설한 것은 없다. 역대 정부에서 마련된 혜택과 연계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임대등록제도는 임대사업자에게 공적 의무를 부여하는 대신 세제 혜택을 주는 게 핵심이다. 4~8년인 의무임대 기간에 임대료 증액 기준(직전 계약 대비 5% 이내)을 지키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깎아준다. 예를 들어 3주택자가 집 두 채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종부세는 자신이 거주하는 한 채에 대해서만 1주택자 과세표준으로 내는 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임대사업자 혜택 폐지로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세제 혜택이 없으면 임대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줄어 임대 공급도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세 품귀는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집값도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미현/최진석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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