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클라우드·3D 프린터…철학적 사고서 비롯

입력 2020-07-09 17:59   수정 2020-07-10 03:01

영국 사상가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은 인간의 감정을 날뛰게 하는 ‘이돌라’, 즉 ‘우상’이란 개념을 내놨다. ‘극장의 이돌라’는 어떤 극을 본 직후 큰 감흥을 받기 때문에 세상을 바르게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베이컨은 그런 이돌라를 물리치고 옳은 것을 봐야 한다고 설파했다. 하지만 반대로 해석해 보자. 극을 보고 좋은 영향을 받는다면 상대에게 무언가를 권하고, 마음을 뺏는 것도 가능해진다.

오늘날 전 세계인이 즐기는 유튜브 영상이 그것이다. 이용자는 영상을 통해 매일 새로운 세상과 접할 수 있다. 마치 내가 영상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도 얻는다. 사업 계획을 발표할 때 간단한 영상이나 음악을 넣으면 효과가 배가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감정이나 관념을 영상에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면 뛰어난 유튜버가 될 수 있다.

일본 대중철학자 오가와 히토시는 《일 잘하는 사람은 철학적으로 생각한다》에서 비즈니스 아이디어·트렌드와 철학적 지식·지혜를 결합해 다양한 관점으로 풀어낸다. 철학적 사고가 비즈니스에 효과적으로 응용될 수 있고, 때로는 최상의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가령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의 사업 비전은 독일 철학자 헤겔에게서 발견된다. 헤겔은 어떤 일에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받아들여서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정(正)-반(反)-합(合)’이란 과정을 거치는 헤겔의 변증법은 위키피디아의 집단지식과 닮아 있다. 위키피디아는 초창기 여러 사람이 올린 다른 의견 때문에 부정확하다고 평가됐지만, 새로운 정보가 더해지면서 날로 진실에 가까워졌다.

이 책은 현대의 비즈니스 30가지와 관련 철학자의 사상을 긴밀하게 접목해 풀어낸다. 클라우드와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 3D프린터와 임마누엘 칸트, 사물인터넷과 미셸 푸고 등 저자가 연결시킨 쌍들의 제목만 들어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전해내려온 특별한 생각들 속에 문제를 해결하는 단서가 있다”며 “디지털 세상에서 마주치는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도 근본적인 철학을 알면 해결하기 쉽다”고 강조한다. (조은아 옮김, 팬덤북스, 220쪽, 1만3000원)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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