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큰 국가에는 행복한 국민도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돈이 많아야 행복한 것은 아니다'는 통념과 엇갈리는 결과여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145개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그 결과 1인당 GDP 규모와 국민들의 행복도는 강한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1인당 GDP 상위 10% 국가의 응답자들은 대부분 음식을 살만한 충분한 돈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하위 10% 국가에서는 응답자의 40% 정도만이 음식을 구매할 여력이 있다고 응답했다.
GDP는 삶에 대한 만족도와도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GDP 상위 10% 국가의 응답자들은 자신의 상황을 10점 만점에 7점으로 평가했다. 반면 하위 10% 국가의 응답자들은 자신의 삶에 4점을 매겼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가난한 국가의 국민들은 '휴식이 부족하고 집값은 너무 비싸다'고 불평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GDP 규모가 큰 국가의 국민들은 가정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이웃들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기며 정치인을 신뢰하는 경향이 더 크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지난 3월 발표한 '2020 세계 행복 보고서'도 이번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SDSN은 1인당 GDP, 사회적 지원, 기대 수명, 사회적 자유, 관용, 부정부패 등 6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국가별 행복지수를 산출해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행복도 1위는 7.809점을 받은 핀란드였다. 핀란드의 1인당 GDP는 4만9700달러로 세계 15위다. 이어 상위권을 차지한 국가로는 덴마크(7.646), 스위스(7.560), 아이슬란드(7.504), 노르웨이(7.488), 네덜란드(7.449), 스웨덴(7.353) 등이었다. 모두 1인당 GDP가 세계 13위 안에 드는 국가들이다.
최하위군에는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짐바브웨, 르완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순으로 153위∼149위를 차지했다.
물론 경제력 순위가 행복 순위와 정확하게 비례하지는 않는다. 1인당 GDP 세계 9위인 미국은 행복 순위가 18위(6.940)에 그쳤다. 1인당 GDP 세계 28위인 한국은 행복 순위가 61위다.
GDP는 한 국가의 모든 경제 주체가 일정 기간 동안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합산한 것이다. 통상 한 국가의 생활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쓰인다. 다만 GDP에는 개인의 건강, 여가 시간 등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들이 빠져있어 해당 국가의 생활 수준을 정확히 나타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부와 행복의 상관관계는 논란이다.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소득이 어느 정도 높아지면 행복도가 높아지지만 일정 시점을 지나면 행복도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지 제대로 알아보려면 돈이 사라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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